미국 대선 후폭풍과 코로나19 재확산,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통과 가능성 등까지 변화의 ‘쓰나미’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 없던 위기에 돌파구를 쉽사리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계, 신년 사업계획 수립 막바지 작업 한창... ‘기대 없는 새해’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신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불확실성이라는 거대한 벽으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다.
먼저 국내 기업들의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더해 대선불복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연히 다른 산업 정책을 취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도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될지 최종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바이든의 백악관 입성 가능성이 높지만, 당분간 미국의 산업정책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불행히도 하나 확실한 점은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한국의 미국 수출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당분간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업통계분석시스템(iSTANS)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30년간(1988~2018년) 대미 수출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다. 대선 다음해(8개연도) 대미 수출액 전년 대비 성장률 평균치는 -4.2%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미국 신정부의 경기부양책 등 대미 수출에 기회요인도 일부 존재한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경제 침체 지속, 미·중 무역 갈등의 불확실성,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으로의 리쇼어링 확대 등 대미 수출의 악재들이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2차 팬데믹 올해 12월·내년 1월 ‘절정’... 공포감 가득
코로나19는 새해 첫 달부터 기업들을 공포에 떨게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각국의 의학 전문가들은 올해 12월과 내년 1월 코로나19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최근 전 중국 질병통제센터 고위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북반구에 가을과 겨울이 오면서 기온이 떨어져 코로나19가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며 “이제 전 세계 감염자 반등이 불가피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들도 올가을 이후 코로나19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 후 2차 확산세가 절정에 달하면서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다. 최근 그 확산세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미 체력이 고갈된 기업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올해 그나마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삼성 등 4대 그룹도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줄줄이 작년 대비 역성장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16개 상장계열사 중 10개사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작년 대비 영업이익이 13.7% 증가하는 등 비교적 선방했지만 호텔신라는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SDI(-42.9%), 삼성전기(-35.0%), 삼성증권(-30.0%), 삼성엔지니어링(-21.8%) 등 대부분 계열사의 영업이익도 작년 대비 줄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12개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8.0%, -40.3%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작년 대비 29.5%, 47.7% 줄었다. 해외 공장이 잇달아 '셧다운(가동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급감한 탓이다.
SK그룹(19개사)은 올해 상반기 작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3%, 84.5% 축소됐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2조214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충격이 컸다. LG그룹(13개사)의 경우 올해 상반기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4.6% 줄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산업계가 반도체와 가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그나마 일부 기업들이 선방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내년에는 반도체 수요 위축,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 가계 수요 감소 등으로 올해보다 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경제 3법 두고 논쟁 지속... “각자도생 시대 맞아”
공정경제 3법을 두고도 산업계와 정치권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이견이 크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전속고발제 폐지,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지주회사 지분율 상향 등을 담고 있다.
총수일가가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자회사(50% 초과 지분 보유)도 규제에 포함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가 210개사에서 598개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2.4%이고, 내부거래 금액은 27조5000억원에 이른다.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은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사업지주회사든 순수지주회사든 내부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자칫 잘못하면 우리나라 기업집단이 가지고 있던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잠식해서 경쟁력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이라 신년 사업계획 수립에 기업들이 나서고 있으나, 사실 지난해 사업계획을 다시 검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등으로 재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2세 경영인들도 이제 없어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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