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GS그룹 사이에서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끼리는 보기 어려운 수십억원짜리 무상 증여가 이뤄졌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LG화학은 GS풍력발전에 이달 말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시스템(8.65MW)을 아무 대가 없이 주기로 했다. 이 시스템 가치는 약 22억원으로, GS풍력발전 자기자본(773억원)의 2.83%에 해당하는 규모다.
LG와 GS를 제외하면 최근 3년 사이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끼리 이런 증여는 단 한 차례도 없었고, 같은 기업집단 안에서만 나타났다. 실제 최근 두산그룹의 사례만 봐도 박정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 12인이 듀산퓨어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재인 5700억원대 주식을 회사에 증여했을 뿐이다.
LG와 GS그룹은 애초 함께 사업을 일궜다. 사돈지간이던 고(故) 구인회 LG 선대 회장과 허만정 GS그룹 명예회장은 1947년 LG그룹의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함께 창립하고 57년간 동업관계를 유지하며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양가의 합의에 따라 GS가 LG그룹으로부터 분리된 것은 2004년이다. LG와 GS는 자손들이 많아지고 지분관계가 복잡해지면서 회사 분리에 합의했고, 당시 구 명예회장 직계가족은 전자와 화학, 통신·서비스 부문을, 허씨 일가는 정유와 유통, 홈쇼핑, 건설 분야를 맡기로 한 뒤 각각 LG와 GS그룹으로 독립했다.
대체로 동업자가 분리하는 건 분쟁에 의한 경우가 많은데 GS와 LG는 분리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나 다툼 없이 깔끔하게 헤어진 특이한 사례로 꼽힌다. GS와 LG그룹의 유대관계는 지금도 끈끈한 편으로, GS 계열사는 지금도 LG유플러스의 전화 회선을 사용한다고 한다.
GS풍력발전은 GSE&R이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로, 다시 GSE&R은 GS가 지분 87.91%를 가지고 있다. 현재 GS 최대주주는 허 명예회장의 손자 허창수 회장(지분율 4.66%)이다. LG화학은 LG가 지분율 30.06%로 회사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구 선대회장의 증손자인 구광모 회장이 LG 지분 15.94%를 가진 최대주주다.
다만 회사 측은 공시만 증여일뿐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추가 기자재 투입에 필요한 비용을 양사가 분담하기로 하고 진행한 거래의 일환"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양사 계약에 따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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