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집단소송법·징벌적 배상제 전면 재검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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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0-11-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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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 우리 법체계와의 정합성,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심층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6일 법무부에 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상의는 "대륙법 체계와 영미법 체계는 각각 그 사회의 역사와 철학, 가치관 등이 축적된 결과"라며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국내 법제에 영미법 제도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발생할 법체계 간 충돌과 제도 혼용의 문제점에 대한 입법 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상의는 한국 정부가 발의한 집단소송법안에 대해 "미국의 집단소송제를 모델로 하면서, 미국에는 없는 원고 측 입증책임 경감을 추가했다"며 "이는 민사소송의 입증책임 분배 원리에 맞지 않고 세계적 유례도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증책임 경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조물 책임법 등과 같이 정보 비대칭성이 큰 특수 사안에 도입되는 것으로 민사상 모든 손해배상책임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소송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집단소송법안이 특허법상 자료 제출명령제도를 차용해 일반 손해배상에서 기업 영업비밀을 예외 없이 제출하도록 한 것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영업비밀은 기술 유출 방지 등 각종 법률로 보호되는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민사소송법의 문서 제출명령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상의는 "특허법의 자료 제출 명령은 특허침해소송 등 특수 사안에만 영업비밀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일 뿐, 일반 손해배상책임을 다투는 집단소송에 적용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소방지 장치 삭제 등 소송요건 완화로 인한 부작용도 클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집단소송법안은 현행 증권집단소송법의 '3년간 3건 이상 관여자 배제' 조항을 삭제했고, 소송허가 요건도 미국보다 완화된 수준이다.

상의는 의견서에서 "현재 코카콜라 등 미국도 기업들의 준법 경영 노력과 무관하게 집단 소송 건수가 급증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적절한 남소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쟁점이나 손해액 산정 등 전문성이 필요한 집단소송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는 것도 적합지 않다고 상의는 지적했다.

징벌적 배상제를 전면도입하는 상법 개정안 역시 먼저 법체계 정합성과 해외 사례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형사상 책임을 따로 구분하는 대륙법 체계에 징벌적 배상을 하는 영미법 체계를 단순 접목하면 모든 경제활동 주체들에게 과잉처벌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의는 "손해를 초과하는 징벌적 배상은 원고에 '과다배상(windfall)'이 돼 남소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가 함께 도입되면 기획소송, 연쇄 도산 등으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경제주체들의 공감성·수용성, 제도의 실효성이 충족될 수 있도록 입법 영향평가를 비롯한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석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기업의 책임경영을 제고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택가능한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며,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경제주체들의 공감성·수용성 및 제도의 실효성이 충족될 수 있도록 입법영향평가를 비롯한 충분한 연구·논의가 선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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