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이 한 차례의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의 대남(對南)·대미(對美) 등 대외전략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노동당 제8차 대회와 새로운 대북정책을 펼칠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주인은 남과 북이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반드시 논의돼야 할 비핵화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협의·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필수 조건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진행됐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보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전환돼 협상 진행 속도가 상당히 더딜 거란 이유에서다.
오랜 기간 ‘침묵’을 유지하는 북한의 의중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심지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가 향후 1년간 없을 거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 외교·통일·안보가에 따르면 일단 올 연말까지 북한과 미국 모두 대내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북·미, 남북 관계의 교착국면은 당분간 지속하다, 북·미 양국의 대형 정치 이벤트가 예정된 내년 1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은 현재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를 앞두고 ‘80일 전투’ 성과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도 별다른 반응도 없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0일 전투’ 분위기 고무를 위해 열흘에 한 번씩 성과 보고를 내놓거나, 논평 등을 통해 ‘80일 전투’ 성과 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일 신문은 ‘80일 전투의 20일이 흘렀다’며 ‘80일 전투’ 전개 이후 20일간의 내부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의 ‘80일 전투’는 오는 12월 30일경에 ‘80일 전투’가 마무리되고, 같은 달 31일에는 성과 총결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설이 세워진다. 아울러 총결산 내용을 내년 1월 정초에 소집할 예정인 제8차 당 대회에서 발표할 수도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제8차 당 대회가 북한 체제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면 자세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제8차 당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상 강화를 위한 권력 구조 개편과 새로운 대내외 전략 노선 등장 여부다.
국정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최대 정치 이벤트로 제8차 당 대회를 준비하며 민심 수습, 대내외 국면 타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열병식 당시 동원 장비를 평양에 잔류시키고 군단별 훈련에 돌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바이든 시대의 북·미 관계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회귀 가능성은 작게 점쳤다. 오히려 북·미 간 소통이 비교적 활발했던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의 연장선인 ‘클린턴 3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핵 개발 진전과 바이든 당선인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이같이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가 하기 나름의 문제”라며 “북한이 새로운 정세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우리가 (메시지를) 잘 발신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고위당국자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남북이 대화 또는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제시했다.
그는 올 연말과 내년 초가 남북이 대화와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요인이 증대되는 시기라고 분석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 발전을 언급했다.
고위당국자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등이 개발된다면 그 이전 상황과 이후 상황은 정말 많이 다를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협력의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