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40대 가장이 일가족 3명을 숨지게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어린 나이에 비정한 부정에 의해 세상을 등진 자녀들을 애도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9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일가족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40대 남성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 33분께 전북 익산시 모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 아들(14), 초등학생 딸(10), 아내(43)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사건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가족들을 숨지게 한 뒤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는 일가족 3명의 사망에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A씨의 선택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익산 지역 맘카페에는 '익산 일가족 3명 사망' 관련 기사에 수많은 분노의 댓글이 달렸다.
맘카페 회원들은 "가족이 자기 소유물인 줄 아는 건가",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아이들도 원했을까?", "아이들이 제일 안타깝다", "생활고인지 가정폭력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아이들 의사를 무시한 거면 이건 살인이다" 등의 격한 반응이 올라왔다.
자신이 숨진 자녀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학부모라고 밝힌 B씨는 "초저녁에 그 아파트에 갔는데 경찰차가 있어서 의아했었다. 우리 큰 아이가 동창인데 생각이 나서 미칠 것 같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같은 동네 주민이라고 밝힌 C씨는 "싸우는 소리가 크게 났었다는데...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워 눈물이 난다. 아들 또래라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앞으로 지옥만 남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성년자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가족 사망사건이 잇따르면서 일각에선 이러한 사건을 '자녀 살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 아동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지난 2월 성명서를 통해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을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결정에 의해 생명권을 박탈당하고 만다"며 "부모에 의한 아동 살해는 아동학대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25명의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는 2018년 아동학대 사망자 수인 28명에 버금간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부모와 자녀의 '동반자살'은 없다.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만 있을 뿐"이라고 일가족 사망사건을 바라보는 세간의 안일한 인식을 비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통계를 구축하고 공표할 것 △현행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위기 가정을 촘촘하게 찾아내고 지원할 것 △자녀 살해를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도록 국가의 책무를 다할 것 △지역사회에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 서비스를 마련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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