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 이건리(사법연수원 16기) 국민권익위원회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을 후보로 추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9일 이 부위원장과 한명관 변호사 등 3인을 최종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이 부위원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2013년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쳤다. 검찰 출신이지만 균형감 있는 사고와 절제된 사생활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7년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지난 2018년 4월 권익위 부패방지 담당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재임 기간 중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한 바 있다. 9월에는 부인이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관직 수행이 '이해충돌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고 밝히는 등 민감한 현안에 소신을 밝혀왔다.
"퇴직했으니 관용차 사용하면 안돼..." 퇴임식 후 관용차 거절 일화
검찰에서 30년을 봉직한 이 부위원장은 지난 2012년 퇴임식 당시 마지막으로 제공되는 관용차를 사양한 일화로 유명하다. 검찰은 과거로부터 퇴임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마지막으로 관용차를 제공하고, 가족들과 함께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을 유지해 왔다.검찰총장을 비롯한 고위직은 말단직원도 퇴임식에서는 최고급 관용차가 제공된다. 오랜 공직생활에 대한 마지막 예우다.
그런데 이 부위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공직을 마쳤으니 관용차를 탈 이유가 없었다"는 이유에서 였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은 걸어서 떠나는 이 부위원장 뒤로 "허허, 저 친구 끝까지 고집이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이건리다운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춘기 성장통 겪는 아들...검사라 오히려 외면
아들과 관련된 일화도 전한다.현직 검사 시절 이 부위원장은 근무지를 옮기게 되면 가족과 함께 이사를 다녔다. 새로운 학교에 적응을 잘한 큰딸과 달리 아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교우간 따돌림도 받은 것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위원장은 단 한번도 학교를 찾아간 적이 없다. 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았지만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 교사나 학교 입장에서는 현직 검사의 항의가 평범한 부모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고, 공직자의 처신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위원장이 수사능력은 물론 절제와 품격을 갖춘 인물로 평가한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도 거부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직 모 변호사는 "이건리 같은 사람도 비토한다면 공수처를 만들 의향이 없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날 "이건리 부위원장이 후보자 명단에 포함된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한편 공수처장은 판사·검사·변호사 경력이 15년 이상이어야 하며 정년은 65세다. 검사는 퇴직 후 3년, 대통령 비서실 소속 공무원은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윈회는 오는 9일 오후 6시까지 1차 추천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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