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장애는 '노화·비만'때문"…카이스트가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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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0-11-0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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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음성피드백 루프에 의해서 세포 내 PER단백질의 양은 24시간 주기로 증감한다. 이 24시간 주기의 PER 리듬이 시계 역할을 하여 수면을 포함한 우리 몸의 다양한 생리 작용 시간을 결정한다. [사진=카이스트]

국내 연구진이 비만이나 노화, 치매 등이 어떻게 불안정한 수면을 유발하는지를 밝혀내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들이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 못하거나, 오래 잠을 자도 피곤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수면 질환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이스트(KAIST)는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이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세포 내 분자 이동을 방해하는 '세포질 혼잡'이 불안정한 '일주기 리듬'과 수면 사이클을 유발함을 예측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이주곤 교수 연구팀과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우리 뇌 속에 있는 '생체시계'는 인간이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도록 행동과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생체시계는 밤 9시경이 되면 우리 뇌 속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를 유발해 일정 시간에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등 거의 모든 생리작용에 관여한다.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영,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바쉬 교수는 'PER단백질'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만드는 것이 생체시계의 핵심 원리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다양한 물질이 존재하는 복잡한 세포 내 환경에서 어떻게 수천 개의 PER단백질이 일정한 시간에 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는 생체시계 분야에서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있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세포 내 분자 움직임을 묘사하는 '시공간적 확률론적 모형'을 개발하고, PER단백질이 세포핵 주변에서 응축돼야만 인산화돼서 핵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산화 동기화 덕분에 수천 개의 PER단백질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함께 핵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24시간 주기의 리듬과 수면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비만·치매·노화가 세포질 혼잡을 일으켜 수면 사이클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핵심 요인임을 규명하는 데도 성공했다.

일정한 리듬과 수면 사이클이 유지되려면 PER단백질이 충분히 응축돼야 하는데, 세포 내 환경이 혼잡해져 PER단백질의 움직임이 방해를 받으면 충분히 응축되지 않는다.

결국 PER단백질이 핵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이는 일주기 리듬과 수면 사이클을 불안하게 한다.

김 교수팀은 이 교수팀과 협업해 지방 액포와 같은 물질들이 세포 내 환경을 혼잡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세포질 혼잡이 수면 질환의 원인이 됨을 최초로 밝혔으며 세포질 혼잡 해소라는 새로운 수면 장애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비만·치매·노화가 불안정한 수면을 유발하는 원인을 수학과 생명과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밝힌 연구"라고 소개하면서 "이번 성과를 통해 수면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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