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는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이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세포 내 분자 이동을 방해하는 '세포질 혼잡'이 불안정한 '일주기 리듬'과 수면 사이클을 유발함을 예측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이주곤 교수 연구팀과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우리 뇌 속에 있는 '생체시계'는 인간이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도록 행동과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생체시계는 밤 9시경이 되면 우리 뇌 속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를 유발해 일정 시간에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등 거의 모든 생리작용에 관여한다.
하지만 다양한 물질이 존재하는 복잡한 세포 내 환경에서 어떻게 수천 개의 PER단백질이 일정한 시간에 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는 생체시계 분야에서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있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세포 내 분자 움직임을 묘사하는 '시공간적 확률론적 모형'을 개발하고, PER단백질이 세포핵 주변에서 응축돼야만 인산화돼서 핵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산화 동기화 덕분에 수천 개의 PER단백질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함께 핵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24시간 주기의 리듬과 수면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비만·치매·노화가 세포질 혼잡을 일으켜 수면 사이클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핵심 요인임을 규명하는 데도 성공했다.
일정한 리듬과 수면 사이클이 유지되려면 PER단백질이 충분히 응축돼야 하는데, 세포 내 환경이 혼잡해져 PER단백질의 움직임이 방해를 받으면 충분히 응축되지 않는다.
결국 PER단백질이 핵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이는 일주기 리듬과 수면 사이클을 불안하게 한다.
김 교수팀은 이 교수팀과 협업해 지방 액포와 같은 물질들이 세포 내 환경을 혼잡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세포질 혼잡이 수면 질환의 원인이 됨을 최초로 밝혔으며 세포질 혼잡 해소라는 새로운 수면 장애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비만·치매·노화가 불안정한 수면을 유발하는 원인을 수학과 생명과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밝힌 연구"라고 소개하면서 "이번 성과를 통해 수면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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