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종합 로봇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가 글로벌 치킨 프랜차이즈 KFC와 손잡고 ‘푸드테크(Food-Tech)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달 KFC와 ‘치킨 제조 자동화 공동 개발 분야 연구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기술력 덕분이다. 협동로봇은 인간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기 위한 협업 운용 조건을 충족하는 산업용 로봇을 일컫는데, 약어 코봇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10년 사이 큰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 받기 시작한 로봇 분야가 바로 협동로봇이다. 대규모 제조 및 물류 시설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등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은 이미 협동로봇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산업부터 식품·의약 산업까지 사실상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기 떄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인간을 대체할 협동로봇은 안전성 측면에서 효용 가치가 높아, 수요는 가히 폭증세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일례로 세계적인 협동로봇 제조 기업인 유니버설 로봇의 경우 로봇 자체에 17가지 안전 기능이 내장돼 있다. 안전 설비가 따로 필요하지 않아 생산 공정 레이아웃의 변경이 쉬워 서비스업, 외식업 등에서도 협동로봇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앞서 언급한 KFC에 치킨을 튀기는 협동로봇만 해도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치킨 제조 전 과정 중 위험성이 높고 반복 작업이 이뤄지는 곳에 협동 로봇을 투입,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라며 “조리과정에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주문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앞다퉈 협동로봇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처음 협동로봇을 개발한 한화정밀기계의 행보도 주목된다. 최근 그룹사인 ㈜한화에 편입돼 새로운 출발에 나선 상황.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한 ㈜한화는 로봇공학기술을 활용해 기존 한화 기계부문 설비를 고도화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협동로봇 점유율 면에서는 1위인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면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첨단 세이프티 알고리즘을 적용해 국제 시험인증 공인기관인 티유브이슈드(TÜV SÜD)가 실시한 안전성능수준 평가에서 최고 레벨을 획득한 A시리즈가 대표적이 협동로봇 모델이다. 가반하중 25kg으로, 전세계에 현존하는 협동로봇 중 가장 무거운 중량을 운반할 수 있는 H시리즈는 무거운 물품의 동시 운반, 팔레타이징(물건을 팔레트에 적재하는 작업)도 가능해 물류 및 섬유 산업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이 주도하는 현대로보틱스는 지난 5월 호텔 배달로봇을 상용화했고, 최근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팩토리 산업용 로봇을 출시하는 등 협동로봇부터 산업용 로봇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로보틱스를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이후, 정 부사장은 로봇사업의 경영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협동로봇의 활용 분야는 점점 넓어지고 앞으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관련 최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협동로봇의 활용 범위도 훨씬 넓어질 것이다. 정해진 환경에서, 미리 계산된 방식대로 대규모 작업을 반복하는 과거의 공장 자동화 로봇에 비하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사람과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의 존재는 산업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협동로봇은 로봇 자체의 단가도 기존 대형 산업용 로봇보다 낮으며, 인프라 비용 절감 및 유지보수도 쉽고 간편해 추가적인 부대비용 발생이 적다"면서 "협동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산업 생산 프로세스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서 로봇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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