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용 의정부시장.[사진=의정부시 제공]
의정부시 등 경기도 16개 지방자치단체 시장·군수가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공동으로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들은 10일 공동으로 기자회견문을 내고 "특례시 지정과 관련된 지방자치법 개정은 지방소멸을 가속할 것"이라며 "특례시 논의를 중단하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특례시는 재정여건이 좋은 대도시에 대한 특례를 늘리면서 거꾸로 지원을 늘려야 할 중소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을 악화시킨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특례시'란 용어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특례시'란 용어는 차별을 기정사실화하는 부적절한 명칭"이라며 "통상적인 시·군에 대비되는 '특례시'는 지방자치의 수평적 개념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간 위화감만을 조성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 시·군·구를 '특례시'와 '비특례시'로, '특례시민'과 '보통시민'으로 구분하는 현대판 계층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자치분권의 핵심인 국세의 지방세 전환을 포함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과감히 이양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주도한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특례시 명칭 부적절성, 재정적 형평성 위배, 수도권 집중화로 국가균형발전 저해 등 문제로 특례시와 비특례시 간 갈등이 조장되고, 불평등한 심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이와 관련한 31개 개별 법안을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안과 병합해 심사 중이다.
이날 공동 반대입장에는 안 시장을 비롯해 한대희 군포시장, 김상호 하남시장, 곽상욱 오산시장, 이성호 양주시장, 엄태준 이천시장, 안승남 구리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박윤국 포천시장, 김상돈 의왕시장, 정동균 양평군수, 이항진 여주시장, 최용덕 동두천시장, 김성기 가평군수, 김종천 과천시장, 김광철 연천군수가 참여했다.
다음은 공동 기자회견문 전문.
31년만에 추진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되어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중에 있습니다.
완전한 자치분권, 연방제에 준하는 권한이양, 시민이 주인이 되는 완전한 주민주권 구현 등 전부개정의 기치와 구호는 높고 화려했기에 그만큼 개정안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주민의 직접민주주의 참여 확대,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강화되는 부문은 자치발전에 진전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개정안 속에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로 명명하고 행정적 재정적 추가 특례를 주겠다는 특례시 지정이 있습니다.
변화하는 행정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대도시 규모와 역량에 걸맞은 행정 재정특례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특례시’ 논의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첫째, ‘특례시’라는 용어는 차별을 기정사실화하는 부적절한 명칭입니다.
통상적인 시군에 대비되는 ‘특례시’라는 용어는 지방자치의 수평적 개념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지방정부간 위화감만을 조성할 뿐입니다.
이는 전국 시군구를 ‘특례시’와 ‘비특례시’로, ‘특례시민’과 ‘보통시민’으로 구분하는 현대판 계층제를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둘째, ‘특례시’ 지정은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위험이 다분합니다.
우리나라에는 226곳의 시군구 기초 지방정부가 있습니다.
그러나 30년 뒤 소멸 우려가 있는 지방정부가 105곳이라는 한국고용연구원의 연구발표가 있습니다. 또한 재정 자립도가 10%가 안 되는 지방정부가 46곳이나 됩니다. 30년 후면 도내 시군 5곳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지금은 대도시가 아니라 중소 지방정부의 위기의 시기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특례시’는 재정여건이 좋은 대도시에 대한 특례를 늘리면서 거꾸로 지원을 늘려야 할 중소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을 악화시키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도세를 특례시로 이양해야 한다, 취득세를 특례시세로 만들어 대도시에 재정특례를 더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세를 폐지하고 특례시세로 만들어 버리면 특례시 아닌 시군의 재정력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잘사는 대도시는 더욱더 잘살게 될 것이고, 그 외의 도시는 더욱더 가난해지는 빈익빈 부익부가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은 재정여건이 좋은 대도시에 대한 특례를 늘리는 ‘특례시’ 정책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 소멸위기에 처한 중소도시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특례시는 50만 이상 대도시에는 계속되는 특례를 약속하는 법이지만, 나머지 시군에는 차별을 약속하겠다는 ‘차별법’입니다.
16개 대도시 12백만명 주민에게는 ‘특례시의 새옷’을, 나머지 210개 시군구 39백만명 주민에게는 ‘보통시민의 헌옷’을 입혀 시군간 계층을 나누고, 서열화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열악한 지역의 지방정부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비특례도시, 보통도시, 흙수저 도시, 심지어 발전하지 못하고 소멸하는 도시의 주민으로 낙인찍고, 재정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시대착오적 ‘특례시’지정 논의는 재고되어야 합니다.
중앙정부에 요청합니다.
온전한 의미의 지방분권 실현의 핵심 요소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하게 이양함과 함께 그에 따른 자치재정권을 함께 이양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당장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 어렵다면, 지금의 정책 기조는 바뀌어야 합니다.
자생능력이 있는 대도시보다 소멸위기에 직면한 낙후지역의 자생력 부여가 우선 되어야 합니다.
시군구 지방정부는 완전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현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겹겹이 쌓인 지방자치의 노하우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실력도 있습니다. 경험도 있습니다. 잘할 자신도 있습니다.
이에 시장님, 군수님들과 함께 뜻을 모아 중앙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하나.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분열과 갈등만 부추기는 특례시 명칭 도입을 제외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이는 50만 이상 대도시뿐만 아니라, 전체 기초 지방정부, 광역지방정부 모두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숙의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나. 자치분권의 핵심인 국세의 지방세 전환을 포함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과감히 이양해 주십시오.
이것이야 말로 모두 함께 존중받고, 모두 잘사는 길로 나아가는지방자치의 기본을 갖추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중앙과 지방의 동반자 관계가 확립되고, 주민과 함께 다양성이 꽃피는 모두가 잘사는 지방자치를 만들기 위해 간절한 맘으로 촉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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