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라는 말도 쓰인다. 두 단어의 의미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Post COVID: 영어권에서는 Post Corona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고, 주로 Post COVID 또는 Post COVID-19라고 쓴다)는 포스트('이후에'라는 뜻)와 코로나의 합성어로서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 경제적·사회적으로 변화된 새로운 일상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코로나가 쉽게 종식될 거 같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는 말도 종종 쓰이고 있다(With Corona는 한국식 영어 표현이고, 영어권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한 유엔 산하 기관에서는 코로나(COVID-19)의 경제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Life with Corona’라는 글로벌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Life with Corona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코로나 일상'을 제시하였다. 이를 적용할 경우, ‘포스트 코로나’를 우리말로 표현하면 ‘코로나 이후’가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전반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수많은 보고서와 책이 나왔지만 보는 시각이 제각각이고, 부분적이고 단편적으로 보고 종합적으로 보지 못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잘 정리된 키워드를 보면 포스트 코로나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되어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들풀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공동대표는 ‘코로나 이후 대전환시대의 미래기술 전망’을 통해 사회변화로 인한 포스트 코로나에서 기술 분야의 새로운 키워드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3차원 공간 매핑, 바이오 & 헬스케어, 하이브리드 컴퓨팅, 블록체인 기반 분산 웹(DWeb)·분산 앱(DApp) 등을 꼽았다. 이는 3차원 기술 등장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의미다.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정책을 내놓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토교통 정책방향”, “포스트 코로나, 과학기술 정책방향”,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법무정책”, “OO도, 포스트 코로나 경제대책 본격 추진” 등 무수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의 정책자금과 연구개발(R&D)자금도 포스트 코로나와 관련된 부분에 퍼붓고 있다.
그런데 정부 정책에 큰 허점이 있다. 정책을 시행하려면 단기·중기·장기 등 기간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데, 정부는 기간 구분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위드 코로나이고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데, 현재 적용하는 정책에까지 죄다 포스트 코로나 정책이라고 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필자는 2020년과 2021년은 위드 코로나 시대이고, 2022년 이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코로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코로나 종식 이후에 적용해야 할 포스트 코로나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표현상 말이 안 된다. 2021년을 예측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책 제목(부제)에 위드 코로나를 넣은 경우도 있다.
정부와 기업 및 개인들이 내년 정책과 경영전략 및 계획을 수립할 시기이다. 정책·전략·계획 수립에 앞서 위드 코로나인지 포스트 코로나인지 전제조건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제대로 된 정책과 전략 및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미국의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가 넘는다는 중간결과 발표가 나와 온 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발표가 나자 우리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이며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이를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국제 협력을 다지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에 빠졌다며, 2020년 세계 경제의 역성장(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2020년이 세계와 국내 정치·경제·사회 상항이 최악이고, 2021년에는 최악을 벗어나서 회복으로 접어들기를 바란다. 2021년 신축년은 흰소의 해라고 한다. 흰소는 성스럽게 여겨지며, 소는 풍요와 부의 상징이고, 의로움·자애·여유 등의 의미를 지녔으며, 순박함과 우직함·근면의 대명사로 꼽히고, 다소 느리지만 인내력과 성실함이 돋보이는 동물이다. 소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뜻으로 우보만리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새해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정부·기업·개인 모두 희망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인공지능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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