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G 가입자가 이달 기준 10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호황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은 반등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동통신 3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G 상용화가 ARPU 상승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당초 예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5G 이용자 수가 여전히 3G와 LTE에 비해 적고, 정부의 요금할인 정책의 영향으로 고가 요금제 출시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ARPU 반등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ARPU는 각각 3만51원, 3만1620원, 3만695원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ARPU는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p 0.9%p, 1.7%p 하락했다. 이통3사의 ARPU는 2017년 선택약정 할인 제도 도입 이후 하락해 2018년 3만2000원대까지 내려간 뒤, 지난해 4월 5G 상용화 이후에도 3만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이통3사의 ARPU는 무선수익을 무선 회선 가입자 수로 나눈 것으로, 무선 수익에는 음성 및 데이터 수익, 부가서비스 수익, 약정 및 결합할인 수익 등이 모두 반영된다.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IoT) 상품 수익도 모두 포함된다. 이통3사는 가입자 단말기 대상 ARPU만 별도 공개하지는 않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체 무선 통신서비스 회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무선 회선 중 휴대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다.
다만, 각사의 요금제 및 무선 상품 구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경쟁사 간 ARPU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이번 ARPU 하락에는 한국전력 등에서 기업용 IoT 물량을 대량 수주한 여파도 일부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고가 요금제 출시에 제약을 받은 것이 ARPU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LTE의 경우 6만원대 요금제가 주력 상품이어서 LTE 고객이 5G로 갈아탈 때 최소 8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해야 ARPU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저가 요금제 출시로 5G에서도 6만원대에 데이터 무제한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극적인 ARPU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5G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전체 가입자 비중으로 보면 여전히 적다. 과기정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이동통신 가입 회선(7021만4930개) 중 4G(5433만477)가 차지하는 비중은 77.3%에 이른다. 5G(924만8865)의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이통3사가 향후 ARPU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은 5G 가입자의 저변이 확대되는 시기다. 꾸준히 5G 가입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엔 아이폰12 등 신규 단말 출시 효과로 실적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윤경근 KT 재무실장(CFO)은 "아이폰12는 현재 매우 높은 판매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5G 아이폰 출시로 4분기에는 LTE에서 5G로 기기 변경 중심의 이동이 가속화돼 연말에는 5G 보급률이 25%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아이폰 가입 고객은 선택약정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며 "(아이폰12 출시로) 5G 가입자 확대와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결과적으로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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