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성장률 전망, 한치 앞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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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11-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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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경제성장률 3.1%...9월보다 0.4%p 하향 조정

  • "백신 개발 후 실제 유통까지 시간 걸려...내년 말에나 가능"

  • 백신 개발 전세계 최대 관심..."시나리오별 전망 제시했어야" 지적도

KDI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했다. [사진=KDI 제공]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1%로 제시했다. 9월 전망보다 0.4% 포인트 더 낮게 전망했다. 화이자를 필두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이 커졌지만 KDI 전망에는 백신 관련 호재는 제외됐다. 

화이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독립적인 외부 데이터 감시위원회의 시험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90% 이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이달 셋째 주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10일 백브리핑에서 "FDA 승인 때 백신의 정확한 항체 생성률과 지속 기간 등 과학적 데이터가 제시될 것 같다"며 "화이자를 비롯해 백신을 개발 중인 세계 기업들이 임상 3상에 들어가면서 평가가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DI가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는 백신 개발 가능성이 배제됐다. 전망 위험 요인에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와 백신이 조기에 광범위하게 보급된다면 서비스업의 부진이 완화되며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한 줄 언급했을 뿐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번 전망에 화이자 뉴스는 반영하지 않았다"며 "내년 상반기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백신이 충분히 보급되는 것은 내년 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덕상 KDI 경제전망총괄 연구위원도 "백신이 실제 승인·개발된다고 해도 안전성이 검증되고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전까지는 서비스업 부진 완화에 큰 효과 없을 것"이라며 "앞서 러시아·중국 등 백신 관련 좋은 소식이 나왔다가 엎어진 측면이 있어서 화이자 소식을 반영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민간 경제 연구소는 달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1일 화이자 백신 개발 이슈를 반영해 내년 경제성장률 보고서를 보완해 발표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021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유지한다"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백신·치료제 보급 등 전망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 재도입 등 하향 조정될 위험보다 우세해졌다"고 판단했다.

내년에도 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 확산과 백신 개발이다. 화이자가 백신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세계 각국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 여념이 없는 만큼 내년에 치료제가 개발·보급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도 백신 안전성이 확인되는 대로 내년 하반기에는 백신을 도입할 계획이다.

KDI가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성장률을 제시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백신 개발이 최대 화두인데 KDI가 이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지적이다. 

KDI가 백신 개발 시나리오별로 경제성장률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KDI는 지난 10일 사전 브리핑에서 두루뭉술한 예측을 내놨을 뿐이다. 정규철 실장은 "백신이 빨리 개발·보급되면 저희가 전망한 것보다 더 나은 수치가 나올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더 낮아질 것"이라며 "백신 개발 속도에 많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승인됐다는 소식만으로도 코로나 시국 때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국책 연구기관인 KDI의 분석이 좀 더 구체적이고 촘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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