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가 들어서서 다시 '피봇 투 아시아 2.0'을 추진한다고 해도 강력한 한 목소리가 나오기는 힘들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지적이다. 지난달 6일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개국 외교장관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 2차 '쿼드(Quad)' 회의에 참석했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다. 쿼드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에 최근 반중 기류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인도가 합류하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특히 호주, 인도는 중국과 강한 마찰을 빚고 있다. 인도는 히말라야 국경에서 중국과 40년 만에 가장 큰 충돌을 빚었다. 호주는 코로나19 원인에 대한 독립적 조사 지원을 놓고 중국과 외교적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쿼드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4개국이 중국의 착취, 부패, 강압에 맞서서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연대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게 미국의 의도라고 AP 등 외신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쿼드 회의에서 '공동성명'은 나오지 못했다. 중국과 긴밀하게 얽힌 무역관계 때문이다. 호주의 경우 수출국 1위가 바로 중국이다. 일본과 인도에게도 중국은 각각 수출국 2위, 3위를 차지한다.
AP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쿼드 회원국은 중국이 공동 위협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긴밀한 경제 관계 탓에) 구체적 조처에 동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쿼드를 제외한 다른 우방들의 지지를 되찾아오기도 쉽지 않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탈퇴를 결정한 뒤 양자 간의 무역적자 축소, 새로운 양자 무역협정 체결에만 관심을 쏟았다. 이같은 정책 탓에 동남아 국가들은 더이상 미국을 믿을 수 있는 무역파트너로 보고 있지 않다"면서 "역내 각종 문제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은 외면 당했으며, 미국의 이익도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국내정치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승복을 하지 않으면서 내년 1월 취임전까지 불안한 양상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전반이 분열된 상태라 국내 상황을 재정비하는 데 새 행정부가 적지 않은 노력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AP는 "바이든 후보가 국내 정치 안정화에 힘을 쏟느라 아시아 문제가 뒷전으로 미뤄지고 동맹들이 관심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중국은 더욱 더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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