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만 계속…4인가족 만점자도 당첨 힘든 청약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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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0-11-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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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천 지정타 최저점 69점…4인가구인 40대 최고점이 69점

 

[그래픽=아주경제 DB]

"아이 둘 낳고 20년 동안 성실하게 청약통장을 납입한 저 같은 사람은 어디에 살아야 하나요? 매매가격은 물론이고 전세가격까지 높아져 청약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웬만한 수도권 아파트 당첨은 어림도 없습니다."

최근 40대 가장을 중심으로 청약제도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30대는 특별공급 대상자 확대로, 50~60대는 높은 가점제로 당첨 기회가 높은 반면 중간에 끼인 40대는 청약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당첨자를 발표한 경기 과천의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전용 84㎡ 당해지역 커트라인은 타입별로 69~74점, 서울을 포함한 기타지역은 70~74점으로 나타났다.

최소 69점은 돼야 당첨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평범한 40대 가장은 사실상 당첨을 기대하기 힘들다.

가점 69점은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다. 4인 가구의 가구주가 청약가점 70점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부양가족 수를 1명 이상 늘려야 한다. 자녀를 더 낳거나 부모 찬스를 써야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약당첨 기회는 비교적 가점이 높은 50~60대에게 돌아가게 됐다.

40대보다도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20~30대는 생애 최초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통한 청약을 노리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물량이 많지 않고 대상자가 확대되면 경쟁률만 높아져 당첨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로또 청약 광풍이 지속되면 60점 이하 청약통장은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은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이 지난해 이미 60점을 넘어섰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50점대도 당첨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수도권 인기지역에서도 60점 이하는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집값 상승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청약 문턱이 높아질수록 실수요자들은 청약을 포기하고 매매를 결정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청약 과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채권입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해 시세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 차액을 채권으로 흡수해 시세 차익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다. 정부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청약시장의 과열로 이어지는 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분양가상한제는 소수의 청약 당첨자가 이익을 갖고 나머지 대다수 대기자의 불만을 키우는 제도"라며 "채권입찰제 도입 혹은 청약기준 완화 등 과열 현상을 식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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