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해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도 다음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진칼에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 등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연 매출 15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안은 정부 측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된 양사를 합병해 민간 투자자로도 나서고, 항공업 재편에도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진 측도 산은의 지분으로 우군을 확보할 경우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는 12조 원이 넘는다. 자본잠식률도 56% 수준이고,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4조7979억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부실 덩어리'를 안고 가는 셈이다. 한진칼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을 합치면 2821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가처분신청으로 딜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이날 KCGI는 공식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한진칼은 기발행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현재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양사의 인수·합병이 성사되더라도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세계 10위권 국적항공사로 덩치를 키우게 된다. 보유 항공기 대수도 240대로 늘어 경쟁업체인 에어프랑스를 넘어서게 된다. 국내 미주 여객노선, 주요 화물노선의 점유율은 75%를 육박한다. 몸집이 커진 만큼 향후 시장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 대형항공사가 시장을 절반 이상 가져가면 제품가격(항공권 가격) 인상은 물론 하도급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여러 부작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와 비슷한 사례로 분류되는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인수합병된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도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 육박하며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양사의 합병 이후 제품 가격이 인상되고, 협력업체의 납품단가가 내려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공정거래 법률’에 따라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원칙적으로 인수합병을 허용하지 않지만 항공업의 경우 예외적인 위기 상황으로 규제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앞서 4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합병이 논의됐을 때도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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