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기보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톱다운(하향식) 방식을 바텀업(상향식) 방식과 병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교해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對北) 정책이 확 달라질 것으로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일관성이나 연속성도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김 원장은 "북핵 문제는 북한이 핵무장을 함으로써 굉장히 미국의 우선순위가 높아졌다"며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국의 우선순위가)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로 가기는 더 이상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토론을 언급, "(바이든 당시 후보자가) '북한이 핵에 대한 조치를 하게 되면 만나겠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안 만나겠다는 게 더 강했다"며 "북한의 조치에 따라서 정상회담도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현재 인선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외교·안보라면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 국방장관 세 가지 포스트가 굉장히 중요다. 그들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대북관, 어떤 동맹관을 가지고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금 물망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대체로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고 동맹을 중시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짚었다.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외교의 달인"이라며 "(북·미, 남북 관계에 대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한 김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과의 상견례를 겸한 첫 회담차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야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에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새우냐 돌고래냐(의 문제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돌고래 정도 되면 우리가 사실 어느 정도 주도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저는 오히려 정부가 이전되면서 그리고 미국 내부에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든지 경제 문제 등 너무 많은 일이 있기 때문에 한국 역할이 사실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한·중 관계도 좋고 한·미 관계도 좋다"며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 문제와 기후협약 문제는 중국과 협약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북한, 중국과 교류하면서 이 문제를 끌어내면 오히려 미국과의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생길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 대선 직후 미국을 방문,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하며 논란이 야기된 데 대해선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이 됐다면 신의 한 수라고 이야기했을 텐데, 그런데 이게 바이든이 됐지 않느냐"며 "(방미를) 만약에 취소하면 그것은 엄청난 결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걸 그렇게 이야기할 해석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김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 집권 이후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한테는 압박이 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이 엄청 중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이 부분(한·일 관계)에 대해서 (바이든 정부가) 중재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사실상 한·일 관계가 계속 어려워지는데 미국의 중재가 필요한 경우도 꽤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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