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단..."수송보국 실현할 것"

16일 이사회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의

산업은행, 모회사 한진칼에 8000억원 지원

세계 10위권 항공사 탄생…노선 효율화 기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빅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진그룹 '한 지붕' 아래 국내 1·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속하게 됐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초유의 위기에 놓인 상황이지만, 조 회장은 창업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바탕으로 양 항공사와 관련 업체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보전하고,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16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1조8000억원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초 2조5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은 KDB산업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산은은 유상증자 전에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8000억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5000억원에 대한 계약금 3000억원에 충당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연말까지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게 돼 자금운영에 숨통이 트일뿐만 아니라, 영구채 3000억원으로 자본을 추가 확충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산은이 한진칼에 출자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분을 유지해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산은이 보유하게 될 신주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이를 통해 산은은 향후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구조 개편을 성실히 추진하는지 감시와 견제 역할도 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국내 항공산업이 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양사 통합으로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며 "나아가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의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를 확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환승 수요를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마치게 되면 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하게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다. 양사가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 항공과 비슷해진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