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4년간 구상한 광화문 광장 재조성 사업이 16일 첫 삽을 떴다. 시는 광장 동측 도로 확장·정비를 시작으로 이날부터 단계적 공사를 시작한다.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온라인으로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광화문광장 사업은 지난 4년간 300회 넘게 시민과 소통하면서 만든 결과물"이라면서 "시장 부재로 공사를 더 미루는 것도 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인 만큼,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그 약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위해 2016년 광화문포럼을 구성하고 4년동안 시민들과 소통해왔다. 이날 착공은 지난 9월 발표한 광화문광장 일대 변경 계획을 실행하는 것으로, 동쪽(주한미국대사관 앞) 차로 확장 공사를 시작해 서쪽(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까지 순차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동쪽 도로를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7∼9차로로 넓히는 공사는 내년 2월 말까지 진행된다. 시의회 의결을 거쳐 편성된 올해 예산 101억원이 투입된다.
공사 기간에 현재 수준의 차량 통행속도를 유지하도록 1개 차로만 점유하고, 주변을 지나는 차량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교통 대책'도 수립했다.
특히 새문안로3길 등 세종대로 주변 도로의 교통개선 사업을 시행해 우회 경로를 확보하고, 사직·율곡로 등 세종대로와 만나는 주요 교차로에 좌회전을 신설해 세종대로의 교통량을 최대한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세종대로 광화문교차로에서 회차하는 서울 시내버스 노선을 주변 지역으로 우회시키고 노선도 조정하기로 했다.
광화문광장 서쪽 도로 공간을 '공원을 품은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는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다. 넓어진 광장에는 시민들이 사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키가 큰 나무 37종 317주와 키 작은 나무 30종 6700주를 심는다. 2698㎡ 면적에 2종의 잔디를 심고, 맨 끝에 자전거도로(폭 1.5m·길이 550m)도 만든다.
공원 조성 공사는 시민 통행량이 많은 현대해상 앞부터 정부서울청사까지 구간별로 진행하고, 공사가 끝난 구간은 곧바로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해치마당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광장 바닥에 판석을 포장하고, 경사로 계단 개선과 수경시설 및 가변시설물 등도 설치한다.
서울시가 문화재청과 함께 추진하는 경복궁 광화문 월대 등 문화재 복원과 주변 정비사업은 내년 상반기 행정 절차에 착수해 정밀 발굴조사를 벌이고 2023년까지 문화재 복원과 주변 정비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는 광화문광장 재조성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성명 발표도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시연대·문화도시연구소 등 시민단체 9곳으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광화문광장 재정비 사업이 시민사회와의 논의 없이 진행되는 '기습 강행'이라고 규탄했다.
시위에 참석한 윤은주 경실련 간사는 "차기 시장선거가 5개월 남은 시점에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하지 말라고 요구했는데 시가 시민단체의 의견을 묵살하고 공사를 기습 강행한다"면서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만큼 재조성 사업은 관료 중심이 아닌 새 시장의 확실한 책임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희 도시연대 센터장은 "서울시는 2016년부터 300여회 시민소통을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소통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쟁점별로 제기한 의견들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시가 말하는 공론화는 허울뿐인 공론화"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