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KCGI(강성부펀드) 등 '3자연합'의 반발, 노동조합 설득, 독과점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다.
◆'빅딜' 성사됐지만...KCGI "법적 대응"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대한항공은 내년 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우선 자회사로 운영한 뒤 이후 양사의 통합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KDB산업은행도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이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이와 함께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양사의 통합 첫 단추인 산은의 자금 투입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3자연합은 이날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서 "조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민 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시도에 대해 KCGI는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의 단 1원의 사재출연도 없이 오직 국민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을 방어하고,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3자연합은 현재 한진칼 지분 46.71%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측(41.4%)보다 지분율이 높은 상황이다. 만약 이번 거래를 통해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산은은 3자 연합과 조 회장에 이어 한진칼의 3대 주주로 올라서는 동시에 조 회장 측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KCGI 측은 과반 지분 확보를 코앞에 두고 경영권을 쥘 기회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KCGI는 이와 관련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 회장과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양사 노조 "밀실협상 반대...원점서 검토"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일직종 내에서 인수합병(M&A)이 이뤄지는 만큼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인수를 하게 될 주체인 대한항공도 일부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노선 조정 등에 따른 대규모 감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KAPU),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APU),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등 5개 노조는 이날 긴급회동을 하고 입장문을 내놨다.
양사 노조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산은-정부-한진칼의 M&A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과거 권위 정권의 상징인 밀실협상을 즉시 중단하고, 이해 당사자인 노조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신규 노선 개척, 항공서비스의 질적 제고에 여유 인력을 투입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증진한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며 "동종 업계 인수는 중복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 회장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내부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져가는 모양새다. 조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양사 임직원들이 모든 처우와 복지를 차별없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과점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수가 공식화하면 한진그룹은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M&A를 할 때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신고회사 3000억원 이상, 상대회사 300억원 이상이면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합병 시 시장 경쟁이 제한될 경우 기업결합을 불허하거나 가격 인상 제한, 특정 사업부문 매각 등 조건을 달아 승인한다. 기업결합으로 시장에서 독점적·지배적인 사업자가 탄생한다고 판단하면 합병 자체를 불허할 수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가항공사(LCC) 점유율까지 합치면 이들의 점유율은 62.5%에 달한다. M&A가 성사될 경우, 국내 시장 과반을 차지하는 공룡 항공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다만 공정위가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과의 결합은 경쟁 제한성이 있더라도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톱7'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항공은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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