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정치와 전적으로 무관하다.” (에이버리 브런디지 IOC위원장, 1956년)
1993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계기로 전 세계는 2년마다 열리는 하계·동계 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고 남북 단일팀이 공동 입장하며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국제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를 선언한 상태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주스위스대사로 임명했다.
스위스 로잔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올림픽 도시’다. 앞서 외교부는 노 전 차관의 특임대사 발탁 배경에 대해 ‘관광대국 스위스와의 관광교류 활성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노 신임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며 “IOC와의 좋은 인연을 잘 살려서 도쿄올림픽 (개막식) 남북 동반 입장,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 등을 잘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노 전 차관을 주스위스대사로 임명한 배경에 ‘남북 스포츠 교류 활성화’라는 목표가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노 신임대사에게 “올림픽이 세계평화의 대제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길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이 공동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개최하는 것 자체가 한반도 냉전질서를 해제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 남북 올림픽 공동 유치는 남한 정부의 재정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지역회의와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지원을 위한 민주평통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콘퍼런스에 참석해 남북 올림픽 공동 유치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와 관련 긍정·부정적 환경을 분석하고,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유치과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대북 경제적 지원은 남북경제협력 또는 통일준비 차원의 투자가 될 수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등으로 악화한 대북여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북한의 올림픽 개최에 대한 비판이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또 공동올림픽이 결정된다고 해도 경비의 많은 부분을 남한이 부담할 가능성이 크고, 코로나19 여파로 재원 마련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올림픽 공동 유치가 남한 정부의 재정적 손실만 확대하는 행사로 거듭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 교수는 서울-평양올림픽 유치 성공을 위해선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유치활동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국가정책도 시민적 지지가 부재하면 정책의 정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추진력이 좌우된다”면서 “올림픽 같은 체육행사는 원칙적으로 시민사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평양 올림픽이 국가나 민족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방향으로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정치화 및 상업화 등 올림픽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극복하는 방향의 논리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로 얻을 수 있는 구체적 이익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의 지도나 홍보로 공감대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유치활동에 ‘독(毒)’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평양 올림픽 개최가 주는 파급효과에 대한 논의가 시민사회에서 충분히 이뤄지고, 이를 통해 유치과정에서부터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져 국민적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확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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