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앱 만들고 책 쓴 '혜민스님', 정작 명상은 뒷전···2008년 이후 '안거수행'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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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20-11-1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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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부동산 보유 논란 끝에 활동 중단을 선언한 혜민스님(47)이 정식으로 조계종 승려가 된 2008년 이후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방식인 '안거(安居)' 수행에 참여한 기록이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불교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국적자인 혜민스님은 1990년대 후반 미국 불광선원의 주지인 휘광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00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아 예비 승려가 됐고, 2008년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받아 조계종 승려가 됐다.
 
그는 2012년 명상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책은 국내에서 누적 판매 부수가 300만 부를 돌파했고,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혜민스님은 서울과 부산에서 마음치유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마음치유학교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하나를 꼽는다면 명상을 통한 치유다.
 
그는 최근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紙) 한국 특파원 출신인 다니엘 튜더와 명상 앱 '코끼리'를 출시하는 등 명상을 아이템으로 삼아 IT사업을 개시했다.
 
하지만 혜민스님은 명상을 매개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친 행보와는 상반되게 매년 전국 100여개 선원과 사찰에서 열리는 안거 수행에 전력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불교계 관계자는 "스님이 석 달간의 안거를 마치면 승적부에 언제 어디서 안거를 했다고 올리나 혜민스님이 안거를 성만(成滿)했다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거는 승려가 여름과 겨울철에 각 석 달간 외부 출입을 끊고서 참선 수행에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참선을 중요한 수행방식으로 여기는 국내 불교계에서는 안거에 몇 차례 참여했는지를 승려의 수행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수행이 깊은 스님을 소개할 때 성만한 안거 횟수가 몇 회나 되는지를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해 안거에 참여하는 승려는 하안거, 동안거 각 2000명씩 연인원 약 4000명 정도다. 조계종 소속 승려가 약 1만3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혜민스님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산철 봉암사에서 수행하는 조계종 승려'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산철은 안거가 아닌 시기를 의미한다. 산철 수행, 가을 안거라는 표현은 있으나 조계종은 산철 수행을 공식 안거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는 조계종 특별 수도원인 경북 문경의 봉암사에서 한 달 안팎인 산철 수행에 몇 차례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온앤오프 방송 캡처]

한편 혜민스님은 tvN '온앤오프'에서 공개한 일상을 통해 무소유가 아닌 풀(Full)소유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절이 아닌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풍경 좋은 도심에서 생활하고 있는 혜민스님의 힙한 하루가 공개된 것. 오전 5시 기상해 다락방에서 법화경 독송과 참선 수행을 하며 AI(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하는가 하면, 유튜브 요리 영상을 틀어놓고 아침 식사를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혜민 스님이 서울 한 건물의 실소유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조선비즈는 혜민 스님이 약 2년 반 전 소유하던 서울 삼청동 건물을 불교단체에 9억 원에 매도해 1억의 차익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해당 불교단체 대표가 혜민스님의 미국 이름인 '라이언 봉석 주(Ryan Bongsuk Joo)'에서 따온 '주란봉석'과 같다며 여전히 건물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혜민스님은 15일 인스타그램에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에게 참회합니다. 저는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부족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본질인 마음 공부를 다시 깊이 하겠습니다"라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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