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 대놓고 中 체면 깎은 美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정면으로 중국을 비난하고 다양한 보복을 외쳤으나, 대부분이 말로 그쳤을 뿐, 실질적으로 중국에게 심각한 영향을 준 것은 별로 없다. 트럼프는 앞에서 떠들고, 뒤로는 물밑으로 사적인 거래가 의심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John Bolton)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도 드러났다.
겉으로 남에게 창피를 주는 방식은 중국과의 협상이나 거래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전략이다. 중국과의 거래는 면전에서 체면을 세워 주고, 물밑에서 이익을 챙기는 전략이 더 효율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쓴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펴낼 만큼 협상의 귀재로 알려져 있으나, 국가 이익을 위해서 재능을 쓴 것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사용했다니 어이가 없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랫동안 상원의 외교 분야에서 일해왔다. 또 월가 금융과 실리콘밸리의 기술에 관해 해박한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자기 아들을 비롯해 중국에 정통한 인재들이 주변에 많이 포진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선강후약(先强後弱)'의 거친 방식으로 중국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선유후강(先柔後强)'의 유연하나 뒤끝 있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실질적으로는 더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로비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시(關係)를 중시하고 접대에 능한 중국이니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중국에 장비나 기술을 공급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이나 금융사들은 중국과의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압력이나 로비를 벌일 가능성도 많다.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을 때리는 데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우방국을 활용하거나 다자간 협의를 통해 저인망식 전략으로 중국을 포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경제적인 압력 수단으로 G7+(한국, 인도, 호주, 아세안 등)를 활용하거나, 대만과 홍콩 문제 그리고 중·일간 영토분쟁도 미국의 카드로 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주식시장, 외환시장, 선물시장, 파생상품 등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 압력을 통하여 미국의 특기인 금융으로 중국의 부를 걷어가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매우 높다.
◆ 코로나19 계기로 더 强해진 중국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뚜렷한 특징은, 국가나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가진 중국은 미국이나 서방국과 달리 일사분란하게 군대같은 영향력을 국민에게 미칠 수 있는 나라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강국인 미국과의 경쟁에서 비기거나 이길 확률이 더 높은 이유다.
중국은 이미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는 거의 정상화 단계에 도달했다. 반면, 미국은 일일 확진자 수가 15만명이나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코로나19 시대 미국의 경쟁력이 얼마나 약해질 것인지 알만하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나 보호무역주의는 중국이 주장하는 자유무역주의에 비해 국제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불리한 여건이다.
◆ 미·중 사이에 낀 우리의 갈길은···
미국 중심의 블록화 진행으로 인해 우리는 필연적으로 어느 한 편에 줄을 서야 하는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을 때리면 그 충격의 상당 부분을 우리가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중 간의 분쟁에 우리가 휘둘리는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전략적인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이라는 어정쩡한 포지션으로는 양측으로부터 모두 배척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양문화를 이해하는 우리는, 실리 없는 일에 중국의 핵심 이익과 체면을 손상하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미·중 외교에 능숙하고 중국을 잘 이해하는 바이든 당선인은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다자주의적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데 방점을 둔 쌍순환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설 소식이 뉴스가 나올 때마다, 중국인의 여행자유화, 한류시장 개방 등 기대감으로 우리 주식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이지만, 반대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은 한·미 동맹관계를 무력화시키거나 경고하고, 경제적인 압박과 북한을 이용하는 레버리지 전술 등으로 우리에게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많아, 마냥 환영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시장도 확장해야 하고, 한·미 동맹 관계도 유지해야 하는 난제를 앞에 두고 있다. 우리의 국익에 칼을 들이대는 국가에게는 강한 반발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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