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이번 주인공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의 이솜이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을 배경으로 입사 8년 차에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인 세 친구가 승진을 위해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다가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극 중 이솜은 삼진전자 마케팅부 사원 정유나 역을 맡았다. 까칠한 성격으로 친구들에게도 곧잘 '돌직구'를 날리지만, 누구보다 의리 있는 여자다.
"영화의 말미 등장하는 장면인데 호프집에서 회의하는 신이 기억에 남아요. 상고 출신 친구들이 모여 회사 비리를 밝히기 위해 회의하는 모습인데 그 장면 속 유나의 모습이 저의 엄마와 똑 닮았거든요."
이솜이 언급한 장면은 회사의 비리를 알게 된 자영, 유나, 보람이 이를 폭로하기로 하고 대책 회의를 하는 신이다. 세 사람을 위해 직장 동료들이 하나둘 합류하고 함께 중지를 모으는 모습.
해당 장면에서 유나는 블랙 터틀넥을 입고 볼드한 골드 목걸이를 한 스타일리쉬한 모습. 극 중 유나의 스타일링은 배우 이솜의 어머니의 모습을 많이 참고한 것이라고.
"극 중 유나의 스타일링을 위해서 당시 엄마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어요. 그러다가 번뜩 유나의 콘셉트로 떠오른 모습이 있었는데 바로 1995년도에 찍은 어머니의 모습이었어요. (어머니가) 굉장히 멋진 스타일링을 하고 계셨거든요. 의상팀에 '어느 신이든 한 번은 이 의상을 입고 촬영하고 싶다'라고 제안했어요."
어머니의 모습을 유나에 반영한 것은 그 시절의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많은 딸이 그러하듯 이솜 역시 어머니가 유나처럼 근사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는 어머니와 꼭 닮은 유나의 얼굴로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고, 거침없이 제 의견을 피력했다.
"어머니는 유나와 정반대의 삶을 사셨거든요. 유나라는 멋진 여성에 엄마를 투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니터하면서 그 시절 엄마와 꼭 닮은 유나를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누구보다 1990년대 유나의 스타일링에 진심이었던 이솜은 직접 동묘 시장을 다니며 캐릭터의 의상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감독님께서 (유나의) 스타일링을 맡겨주셨어요. 제가 패션에 관심도 많고 (스타일링도) 재밌게 하는 편이라서 믿어주신 것 같아요. 갈매기 눈썹이며 갈색 립라인, 블루 블랙 컬러로 염색한 머리 색깔, 영화 말미 펌 스타일링도 제 아이디어였어요."
한편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전국노래자랑' '도리화가'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는 중. 지난 10월 21일 개봉해 'N차 관람' 열풍을 타고 현재 누적관객수는 146만2730명을 돌파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