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소비 줄고, 생산원가 줄고, 가격경쟁에 제품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0% 대로 하락하는 등 지속된 국내 저물가 현상의 원인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자칫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발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당분간 물가 상승은 제한적이라는 게 현대연의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2일 발표한 '국내 중장기 저물가 지속 원인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중장기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수요측 요인 △공급측 요인 △구조적 요인이 꼽힌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 수요 위축 추세가 지속된 점과 함께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소비여력이 낮아지는 등 수요측 요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국제 유가가 및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으로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축소됐을 뿐더러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하향 안정화도 수입물가 파급 경로를 통해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되는 등 공급측 요인도 꼽혔다.
특히, 현대연은 지속된 저물가의 원인으로 구조적인 요인에 주목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소비 감소 경향의 심화가 물가상승률 둔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00년 7.2%에서 2010년 10.68%, 2020년 15.7%로 확대되는 추세다. 고령층이 은퇴 후 소득 감소로 인한 불확실성을 소비지출 축소를 통해 완화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게 현대연의 예측이다.
또 생산공정 자동화 관련 기술의 발전 및 확산으로 인한 생산성 증대와 생산 투입 비용의 감소가 상품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것으로 현대연은 봤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에 따르면 기업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이후 생산성이 30% 향상됐으며 원가의 15.9%를 절감하는 성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방식의 소비가 가능해지면서 공급자 간 가격 경쟁이 확대,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모바일 기기 활용의 일상화로 인한 온라인쇼핑의 증대는 소비자의 상품 정보 접근성을 극대화해 판매자 간 가격 경쟁을 유발하고 상품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중고거래 확대, PB(Private Brand)제품의 인기 등 현상이 상품 가격의 상승을 제한해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현대연은 국내 저물가 지속은 구조적 요인이 저변에서 작용하는 가운데 경기적(수요) 측면의 중장기적 물가 하락 압력과 공급측의 하방요인이 더해져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진하 현대연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인한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물가기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수요 회복의 힘이 미약해 물가상승을 제한할 것"이라며 "저물가 장기화로 인한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 활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적극적 정책 집행을 통해 실물 경제를 부양하고 수요 측면의 경기적 부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령층 등 취약 계층의 소득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성장 잠재력과 고용 창출력을 확충해 중장기적으로 경기 활력을 저해하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뿐더러 체감물가 안정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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