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낮 12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 피콕스위트에서 경제계 인사 간담회를 하고 남북 경제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2018년 9월 18~20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했던 경제인 특별대표단 기업들이 대상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장관의 경제인 간담회 개최 배경에 대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소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여 대변인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평양회담에 동행했던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남북 관계 발전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인들의 역할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간차원 ‘작은 교역’ 남북 경협 협조 논의하나
참석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박영춘 SK 부사장, 윤대식 LG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 등 4대 그룹 관계자와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 관계자이다.이백훈 현대아산 대표이사, 정창화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신한용 개성공단 기업협회장 등 남북경협(경제협력)단체 관계자들도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남북 경협 관련 기업 또는 단체 등을 만난 적은 있지만, 대기업 경영인들과 공개 회동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장관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왔던 민간차원의 ‘작은 교역’과 관련된 남북경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간담회가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과 이에 따른 이 장관의 남북 교류 협력 구상에 대한 설명과 함께 경제계 인사들의 조언을 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앞서 이 장관은 미국 행정부의 정권교체를 앞둔 현시기를 ‘한반도 정세의 중대한 변화 시기’라고 판단하며 이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 이를 위한 남북 교류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지난 20일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남북 보건·의료협력 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남북 보건·의료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민간단체의 대북 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남북 보건·환경 협력 패키지를 만들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남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대북제재 면제도 포괄적으로 효율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다양한 주체와 전방위 협력하고, 민간의 역할과 노력도 충실히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민간단체가 신뢰할 수 있는 북측 상대와 협력하는 경우는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운영재개 물꼬 마련할까
현대아산, 개성공단 관계자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함에 따라 남북 경협의 상징적인 사업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논의도 있을 전망이다.
1998년 11월 18일 현대그룹의 주도로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의 북한 관광이 처음으로 가능했던 사업으로 남북 분단 50년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은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금강산관광은 현대그룹의 오랜 노력과 당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맞물려 그 결실을 보았고, 남북 경협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관광 사업은 중단됐고, 남북 경협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남과 북은 2018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 의지를 확인했지만, 현재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걸림돌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가동 중단된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이 장관은 금강산기업협회·금강산투자기업협회·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 면담을 하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운영 재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한편 이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 분야 부별 심사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남북경협 진전 가능성에 대해 “아직 단정적으로 판단하진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인권과 인도주의 협력문제에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면서 “경제협력과 관련해서, 특히 (대북) 제재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고 유연성을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해선 판단 근거가 좀 부족하기에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등장하면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수립되고 그 과정에서 이전에 있었던 제재 문제를 어떤 형태로 다시 접근해올지 좀 판단하겠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우리가 틈을 만들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접근할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성공단에 대해 “남북협력, 경협사업으로서 상징성이 굉장히 크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그런 의미에서 지속되고 확장되고 발전돼나가야지 중단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단 운영 재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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