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23일 "검사 배틀필드(battlefield·전쟁터)는 법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공판중심형 수사구조' 관련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법무부의 감찰을 거부하는 등 각을 세워온 것을 감안할 때 미묘한 시기에 눈길을 끄는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측은 이날 발언과 관련해 '윤 총장이 평소 강조해 온 내용'이라며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2월 부산고등·부산지방검찰청을 찾았을 때도 "여러분의 배틀필드는 조사실이 아니라 법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소추와 재판은 공정한 경쟁과 동등한 기회가 보장된 상태에서 당사자 상호 공방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어 "재판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는 공판중심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사도 재판 준비 과정"이라면서 재판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는 평소 윤 총장이 재판보다 수사 쪽에서 주로 활약했던 것과는 다소 대비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윤 총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당부했다. 윤 총장은 "검찰개혁 비전은 공정한 검찰이 되는 것"이라며 "이를 구현하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동·노인·장애인·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검찰권 행사도 주문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재판 진술권 보장, 학대 피해아동 국선변호인 의무 선정 등을 예로 들었다.
윤 총장은 "서로 배려·소통하며 활기차게 일하고 본분에 충실해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공판중심형 수사구조 개편을 시범시행 중인 대구·부산·광주지방검찰청 소속 검사 6명이 참석했다. 대검은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일선 검찰청에 적용할 '공판중심형 수사구조' 표준모델을 만들어 내놓을 예정이다.
윤 총장이 일선 검사들을 직접 만난 것은 일주일 만이다. 앞서 지난 17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애쓴 검사 6명과 점심을 했다.
이 자리엔 아파트 경비원 폭행·재임용 대상자 강제추행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들이 참석했다. 윤 총장은 이들에게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총장은 앞으로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을 맡은 검사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를 두 차례 더 열 예정이다.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 발동·검찰총장 감찰 등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대립 중인 상황이라 내부 결속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일반적인 원칙을 말하는 듯하면서도 조국 전 장관과 추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공정했다'는 주장을 에둘러 한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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