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우울증)'를 호소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배경이다.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술 한 모금과 담배 한 개비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사람이 늘었다.
23일 통계청의 2020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7~9월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주류·담배 지출은 4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이 중 주류 지출에 월평균 2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4캔에 1만원' 행사 맥주를 두 번 사서 마시거나, 진로이즈백 소주를 12병을 사 마신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직장 내 회식을 포함하는 음주는 통계 분류상 음식·숙박에 포함되고, 가정 내에서 2인 이상이 지출하는 술 관련 소비는 주류·담배에 포함된다"며 "주류·담배 항목 속 주류 지출이 증가한 것은 홈술족의 증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주류 지출은 1분기 1만6000원에서 2분기 1만8000원, 3분기 2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분기에 2.3% 줄었으나 2분기 13.8%로 급증한 후 3분기에는 13.7%로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다.
반면 회식을 반영하는 '음식·숙박' 항목 중 식사비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분기에 4.8%, 3분기 5.9% 각각 감소했다.
직장인 양선희(32) 씨는 "평소에 바쁘게 지내다가 코로나19로 모임을 하거나 지인을 만나지 못하다 보니 남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코로나19 전에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폭음을 많이 했으나 최근에는 횟수를 줄인 대신 비싼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좀 더 우울한 이유로 술을 찾는 사람도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민규(가명·59) 씨는 "올해 들어 정상적으로 장사를 한 게 5개월이 채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집에 들어오면 너무 괴로워서 맨정신에 잠을 이룰 수 없어 소주를 찾게 된다"고 전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담배 지출은 1분기 -5.6%로 줄었다가 2분기 6.4%로 급증한 후 3분기에는 8.4%의 높은 지출 증가를 보였다.
재택근무 중인 박정민(34) 씨는 "회사에 있을 때는 담배를 피우러 흡연 가능 지역으로 가야 하는 귀찮음이 있었다"며 "집에서는 몇 발짝만 이동하면 담배를 피울 수 있어서 더 자주 피우게 된다"고 말했다.
5개월째 무급휴직 중인 이민혁(가명·40) 씨는 "가족들 보기 민망해서 담배 피우는 것을 핑계로 집 밖을 나오고는 한다"며 "어디에 말할 곳도 없고 흡연할 때 유일하게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담배 소비 급증은 기획재정부 통계에서도 감지된다. '2020년 3분기 담배시장 동향'을 보면 올해 1~9월 담배 판매량은 27억5000만갑으로 1년 전보다 5.6% 늘었다. 담배 판매량은 3분기 기준으로 2016년 이후 최대다.
담배 판매량은 가격이 인상된 2015년 33억2580만갑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7% 감소했다가 다음 해인 2016년엔 36억6360만갑으로 10.1% 증가했다. 이후 △2017년 35억2340만갑 △2018년 34억7120만갑 △2019년 34억4740만갑으로 3년 연속 판매가 줄었다.
올해는 담배 판매가 증가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매년 담배 판매량은 1분기가 가장 적고 그다음 4분기, 2분기, 3분기 순이다. 4분기 판매량이 낮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올해의 경우 이미 3분기에 지난해 연간 판매량의 80%가 팔렸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배는 일반적으로 불황일 때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올해 담배 수요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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