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계와 통일부에 따르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관계자들을 포함한 경제계 관계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던 기업인 등으로부터 남북경협에 대한 의견을 듣고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다.
이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고 이런 과정에서 대북 제재의 유연성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경우 “남북경협의 문제는 먼 미래의 문제보다는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기존보다) 더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의 비핵화 접근법과 많은 부분에서 조응하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잘 살리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작은 정세에서 큰 정세로의 전환기에 정부와 기업이 역할 분담을 통해 ‘남북경협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남북경협 리스크 요인 극복 등 경협 환경 마련 △북한지역 개별관광,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합의사항 이행 △개성공단 사업의 재개 △호혜적 ‘유무상통(有無相通)’의 경협사업 발굴·추진 등을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기업도 ‘남북경협의 2.0 시대’를 열어나갈 창의적이고 새로운 접근을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남북 경협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간의 만남을 정례화하자는 제안을 하며 “제가 직접 소통하도록 챙기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년간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지 못해 저희도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기를 저희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참석자들 일부는 정확한 북한정보 제공 등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재계와 소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남북경협 추진 의지와 기업과의 소통 취지에는 다들 공감한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쉽사리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남북 간 왕래를 못 하는 게 최대 난제다. 이를 해결해야 그 다음 (남북경협) 행보도 가능하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이 사장 외에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 박영춘 SK 부사장, 윤대식 LG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 등이 참석했다. 또 이백훈 현대아산 대표이사와 정창화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 그리고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여성경제인협회·개성공단기업협회 등 경제단체 인사들도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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