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⑲] 제주맥주는 어떻게 전국 편의점에 입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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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11-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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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 인터뷰

  • 올해 전국 5대 편의점 입점...상반기 매출, 작년 실적 초과 달성

  • 수제맥주사 최초로 코스닥 상장 도전

  • 철저한 시장분석과 마스터플랜, 데이터 기반 전략의 성공

  • “독보적인 제4의 맥주회사 꿈꿔요”

'처음부터, 미리, 계획, 시장분석, 데이터.'

수제 캔맥주로 국내 5대 편의점에 입점해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유통망을 완성한 제주맥주는 철저하게 기획된 스타트업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창업하거나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 기업이 아니었다. 보통 수제맥주사들의 출발이 그렇듯 단순히 ‘맥주가 좋아서’ 시작한 기업도 아니었다. 제주맥주는 처음부터 시장분석을 통한 유통 전략을 세우고, 성장에 따른 마스터플랜이 수립된 ‘완성형 맥주기업’이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계획, 분석, 데이터’였다. 지난 9월 투자금 140억원을 추가 유치한 뒤, 국내 수제맥주사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문 대표를 서울 장충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 뉴욕 포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 초반 위생관리업체 ‘스위셔’ 한국 사업권을 획득해 사업을 시작했다. 2006년에는 다이닝 바를 창업해 백화점에 입점했고, 2012년부터 브루클린 브루어리 자매 양조장 논의를 시작해 현재의 제주맥주를 만들었다.(사진=제주맥주)]


- 제주맥주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달라
“제주맥주는 한국 맥주시장의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2017년 첫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Jeju Wit Ale)’을 론칭했다. 2018년에는 ‘제주 펠롱 에일(Jeju Pelling Ale)’, 2019년 ‘제주 슬라이스(Jeju Slice)’를 선보여 3개 제품을 판매 중이다(최근에는 현대카드와 손잡고 ‘아워 에일’을 출시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국내 5대 편의점에 입점했다. 대기업 맥주를 제외하면 전국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모든 가정채널에 입점한 것은 우리가 유일하다. 올 상반기 매출은 148억원으로, 작년 매출을 이미 추월했다. 지난 7월에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뽑는 예비유니콘에 선정됐다. 현재 직원은 100여 명이고, 투자액은 누적 600여 억원이다.”


- 5대 편의점 입점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전국 어디서나 제주맥주 마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편의점 냉장고 칸은 한정돼 있다. 이미 워낙 많은 수입맥주 브랜드 판매되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처음 입점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판매량도 유지해야 한다. (계속 맥주를 유통하고 있다는 것은) 전국의 소비자들이 제주맥주를 꾸준히 찾아주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 다른 수제맥주들도 편의점 입점을 원하지만, 쉽지 않다. 공고한 편의점 유통망을 뚫을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제주맥주는 다른 회사들과 시작부터 달랐다. 일반적으로 국내 수제맥주사들은 패키징을 다양화하지 못한다. 주로 생맥주 위주의 전략으로, 펍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우리는 국내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맥주량이 많다는 통계를 사업 초기부터 알고 있었다. 이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초기 단계부터 많은 투자 집행했다. 생맥주뿐만 아니라 캔맥주, 병맥주까지 다양하게 패키징하는 설비를 도입한 것이다.

가정에서는 500mL 캔으로 맥주를 마신다.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하려면 기본적으로 500mL 포장이 돼야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제주맥주는 미래 영업 전략을 구상한 뒤 사업에 뛰어들었고, 패키징을 다양화했다.

제품 포트폴리오는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소비하는지 고려해 구성했다. 대기업은 물건을 만들고 광고해서 팔지만, 우리는 입문자도 편하게 즐기는 위트 에일을 시작으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펠롱 에일을 출시했다. 요즘에는 과일주가 인기 끌다 보니 가벼운 맥주를 양조해 여성의 취향에 다가가고 있다.”


- 단순 패키징만으로 성장했을 것 같진 않다
“시작은 제주도였다. 처음부터 제주도 부지를 샀고, 양조장을 건설했다. 사업을 준비할 당시인 2012~2013년에는 내국인 800~900만 명이 제주도를 관광했다. 지금은 연 1400만 명 이상이 제주를 찾는다. 방문객들은 여행지에서 콘텐츠를 원하는데, 한국에서 주류회사를 가본 사람은 많지 않다. 제주로 여행을 가서 맥주 양조장을 방문하고,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커다란 공간을 조성해 모객하면 어렵지만, 제주도에는 이미 1000만 명이 넘는 여행객이 있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기획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양조장을 건설할 때부터 체험 공간을 만들고, 견학로를 설계했다. 그 결과 10만 명 이상이 우리 양조장을 방문했다. 방문객 대부분은 제주맥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간다. 직접 경험한 이들은 향후 고객으로 다가온다. 다른 주류회사가 따라할 수 없는 강력한 마케팅 과정이다.”
 

[제주맥주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선보인 '아워 에일'. 지난 5일 출시 이후 초도 물량이 모두 품절되며 CU편의점 수제맥주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사진=제주맥주)]
 

데이터는 말했다. 소비자가 변화를 원한다고

- 국내 맥주시장은 과거 80년간 변화가 없었다. 소수의 맥주만 유통됐고, 소비자도 그 맥주들만 찾았다. 새로운 맛을 개발‧유통하면 기존 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
“변화는 이미 데이터로 증명됐다.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맛을 찾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입맥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었다. 국내 맥주시장은 유흥채널에서 ‘소맥’용으로 판매하는 500mL 병 시장과 가정채널로 양분돼 있다. 유흥채널은 대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가정채널은 수입맥주가 잘 하고 있는데, ‘수입맥주가 제일 좋은 맥주’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것을 깨보고 싶었다.

가정채널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패키징에 투자를 많이 해야 했다. 수제맥주는 캔을 만들어 팔아야 (확장성이 있다). 이를 대비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양조장 증설 계획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 양조장 건설 부지를 미리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능력 있는 글로벌 엔지니어링사와 협업하면서 성장에 따라 증설하는 마스터플랜을 미리 짜 놨다. 플래닝이 안 돼 있는 회사는 한 장소에서 양조장을 증설 못 하고 여기저기 조그맣게 지으면서 비효율이 발생한다. 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주맥주는 사업 시작 전부터 시장을 파악했고, 분석했다. 그 안에서 우리가 들어가야 하는 시장을 알았고,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웠다. 단순히 맥주가 좋아서 만드는 식의 플레이는 안 했다. 이런 부분이 제주맥주가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 제주맥주는 스타트업이다. 대기업과 달리 조직이 갖춰져 있지 않고, 일할 사람도 부족하다. 어떻게 철저한 분석을 할 수 있었나
“회사 조직이 크게 생산, 마케팅, 기획, 영업 등 4개 실로 나누어져 있다. 각 실장들은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이상 대기업에서 일했다. 대기업 조직과 팀 운영을 경험한 핵심 인력들이 스타트업 마인드로 일한 덕분에 지금과 같은 전략 수립이 가능했다.”


- 창업의 시작은 문 대표 혼자였다. 직원들이 입사하기 전 단계부터 마스터 플랜을 짜야 했을 텐데, 비결이 궁금하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협업하면서 전략을 세웠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30년 된 맥주회사지만,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그들이 겪어 온 시행착오를 간접 경험하면서 패키징의 다양성과 채널 공략의 중요성을 배웠다.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자주 오갔다. 직접 찾아가서 한국 맥주시장을 설명하고, 여러 번 설득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었지만, 맥주를 만드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들과 시행착오를 공유하면서 비용 없이 배워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 기간이 다른 회사보다 길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럽 맥주 브랜드는 몇백 년을 이어왔다. 맥주를 만드는데 1~2년 빨리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이것이 우리가 가진 또 다른 경쟁력이다.”

 
맥주 제조 스타트업,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기업

- 스타트업 하면 IT 기반 회사나 플랫폼 업체가 떠오른다. 맥주 제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제주맥주를 혁신 스타트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국내 맥주시장은 지난 80년간 변하지 않았다. 대기업은 똑같은 제품만 만들었다. 맥주는 신선식품인데도 불구하고 수입맥주가 좋다는 인식도 퍼져 있었다. 제주맥주는 시장의 체질을 로컬에서 개선해보자는 미션에서 출발했다. ‘왜 제조업에서 유니콘 기업이 못 나와’, ‘왜 수제맥주는 대기업이 될 수 없어’라는 질문을 던진 거다.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스타트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플랫폼 기업이냐 인공지능 기술이냐를 떠나서,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해결하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맥주 사업도 (혁신 스타트업에) 해당한다.”


- 맥주 스타트업이 가능하면 생수, 과자 스타트업도 나올 수 있겠다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예로 레드불은 콜라, 스프라이트로 대변되던 음료시장에서 카페인 음료시장을 개척했다. 맥주뿐만 아니라 소주로도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시대의 흐름에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제주맥주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수입맥주 탑10 브랜드로 진입하는 게 목표다. 우리는 로컬이지만, 경쟁 상대는 수입맥주다. 장기적으로는, 계속 성장하면서 대기업 이외의 독보적인 제4의 맥주회사가 되는 거다. 더 먼 미래에는 다양한 수출 전략 통해 해외에서도 제주맥주를 마실 수 있는 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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