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소방당국과 포스코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2분께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포스코 직원 A씨(40)와 협력업체 직원 B씨(32)·C씨(53) 등 3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는 산소 공급용 배관 개폐 밸브를 조작하던 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로 인한 화재는 크지 않았지만, 3명이나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컸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 회장이 연임을 공식화한 다음날 발생해 논란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앞서 최 회장은 2018년 포스코 회장 취임 이후 안전다짐대회를 개최하는 등 인명사고 방지를 다짐해왔다. 취임 당해 10월 포항 포스코 본사에서 연 안전다짐대회에서 그는 "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포스코 사업장 곳곳에서는 매년 계속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최 회장의 말이 공수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광양제철소의 경우, 지난해 6월 배관보수 작업 중 폭발 사고가 일어나 외주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정규직 직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2월에는 50대 근로자가 동료 직원이 작동하던 크레인에 끼여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특히 지난해 7월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광양제철소 코크스(철강 원료) 공장이 정전돼 제철소 내 고로 5기 가동이 중단되는 일도 발생했다. 쇠를 만드는 회사에서 고로 가동이 중단돼 일일 5만6000t의 쇳물 생산이 멈춘 것이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에도 엄청난 굉음과 시커먼 연기로 화제를 모은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는 광양제철소 제강공장 옆 페로망간(FeMn) 야드에서 5분 차이를 두고 2차례 발생했으며 공장 직원 A씨(54) 등 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포항제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8년 1월 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에서 충전재를 교체하던 외주업체 직원 4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엔 염산 2만1000L를 싣고 포항제철소 제2문으로 들어가던 탱크로리에서 염산 약 300L가 누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런 계속되는 안전사고에도 최 회장은 관련 투자에 소홀했다는 평가다. 대신 원가절감과 재고·매출채권 최소화 등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포스코는 지난 2분기 창립 이래 첫 영업적자를 내고도 3분기에 바로 실적 만회를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안전사고 직후 권오갑 회장 등이 앞장 서서 막대한 자금 투자를 약속하며 종합적인 개선책을 냈다”면서 “포스코 최 회장은 사실 이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여왔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안전사고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의 연임은 사실상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최 회장이 연임을 공식화한 직후 사외이사 7명으로 위원회를 꾸려, 한 달간 철저한 공과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잇단 안전사고 외에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앞세워 사회적 책임을 다한 점, 코로나19 위기에도 실적을 견고하게 유지한 점, 포스코케미칼 등을 통한 신사업 추진 역량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정부 눈치보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 안전사고가 이렇게 계속 될 경우 최 회장의 연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면서 “특단의 안전사고 투자 계획과 종합적인 대책이 반드시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최 회장이 CEO후보추천위의 자격심사를 무사히 통과하면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된다. 이후 내년 3월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임기 3년의 제 10대 포스코 회장으로서 연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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