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는 매년 '폭탄'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했다. 정부가 땜질식 부동산 처방을 내놓을 때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늘어나거나 세율은 증가했는데 11년 전 과세표준을 유지하면서 투기 목적이 없는 1주택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종부세 고지세액은 2018년 2조1148억원에서 2020년에는 4조2687억원으로 2년 사이 2배 증가했다.
2018년 종부세는 46만6000명에게 2조1148억원을 고지됐다. 2019년에는 59만5000명에게 3조3471억원이 부과됐다. 인원은 27.7%, 세액은 58.3% 증가한 것이다. 이는 2019년 주택분에 부과되는 종부세 과세표준 3억원 이하를 신설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최고세율을 2%에서 3.2%로 1.2%포인트 인상한 여파다. 올해에는 74만4000명에게 4조2687억원이 통지됐다. 인원은 25%, 세율은 27.5%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2021년도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종부세 세수는 5조1138억원으로 올해 전망치 3조3210억원 대비 5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11년 전 설정한 과세표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 집에 장기간 거주한 1주택자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종부세 주택분은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이상일 때 부과한다.
KB부동산 기준 종부세를 도입한 2009년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5억203만원이었다. 이후 서울 집값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기준 중위 매매가격이 9억2093만원까지 상승했다. 투기 목적 없이 장기간 거주한 1주택자들이 '징벌적 과세'라고 불만을 토로하며 고가 아파트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가 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1가구이고 오래 거주한 경우는 투기 목적이 없는 것으로 보고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며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오른 것은 거주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세금이 오른 것이므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를 단순히 주택가격과 연동하는 현재의 제도를 1주택자에 한해서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종부세를 보유세의 관점에서 본다면 주택가격과 연동하기보다는 주변 환경, 교통, 문화와 같은 정주여건과 연동해야 한다고 본다"며 "부유세의 관점에서도 1주택 9억원은 11년 전 만들어진 기준으로 세금의 목적과 맞지 않기 때문에 초고가 주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전체 주택 중 상위 5%'이런 식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금을 중심으로 한 대책이 효과가 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1주택에서 2주택 이상을 소유하게 된 사람은 31만5000명인 반면 2주택 이상을 소유하다가 1주택자로 변경된 사람은 23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송 부장은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는 경우보다, 1주택자가 다주택자가 되는 속도가 빠른데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과에 집중돼 있었음에도 정부 의도와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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