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갈등에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양측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송현동 부지 적정 매각가에 대한 합의점이 권익위 중재안 발표 하루 전인 25일까지도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매각대금이 합의안에서 제외될 경우 갈등의 씨앗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알맹이 없는 해법안'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26일 서울 송현동 부지 인근에서 서울시와 대한항공 간의 송현동 부지 매각 조정합의 서명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서명식에는 서울시와 대항항공, LH, 권익위 등 4개 기관이 참석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발표 한두시간 전에 내용이 뒤바뀌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최종 합의안 봉투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면서 "(이 사안의 경우)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극명해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될 합의안에는 송현동 부지 매각방식과 시점, 가격합의 방식 등이 담길 예정이다. 양측은 대한항공이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한 지난 6월 이후 5개월간 송현동 부지는 공원활용을 위해 시가 매입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에만 합의했다. 매각방식은 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땅을 사들이면 서울시가 LH와 땅을 맞교환하는 '제3자 매입’ 방식이 거론된다. 서울시가 LH를 통해 송현동 땅과 맞교환 할 부지는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등으로 좁혀졌지만 아직 최종 결정 단계는 아니다.
구체적인 보상가액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최근 '송현 문화공원 조성사업'타당성 조사에 착수하면서 송현동 부지 보상비용으로 4754억원을 책정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50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권익위는 최종 합의안에서 매각가를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감정평가기관의 평가를 통한 매각가로 판단을 유보하는 셈이다.
권익위의 조정은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민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 강제력은 없지만 서울시와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향후 감정기관의 평가를 통한 매각가 결정 방식은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송현동 부지를 '공적 공원'으로 용도변경하면서 감정결과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1조8000억원의 실탄이 필요한 상황이라 매각가에 대한 양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특별계획구역에서 공연구역으로 변경되면 일반적으로 지가의 가치가 60~80% 정도 하락한다"면서 "공원구역 용도가 공원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당초 제시한 가격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공원구역 결정고시가 나지 않았더라도 이미 활용목적이 정해진 땅이기 때문에 감정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감정평가의 신뢰성을 높고 양측이 다시 신경전을 벌일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 관계자는 "송현동 땅에 대해 감정평가를 받은 뒤 그 결과를 따르겠다"면서 "감정가가 나온 뒤 가격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대한항공과 논의를 또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공원구역 결정고시가 나온게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된 감정이 되길 희밍한다"면서 "제대로된 평가 조건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따져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송현동 땅은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2월 매각할 예정이었다. 원래 대한항공이 호텔을 지으려 했던 땅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 5월 말 이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면서 대한항공의 계획이 어그러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당초 15개 업체가 입찰 참가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서울시 발표 이후 진행된 1차 입찰에 나선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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