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기석 "질병청 독립성 강화…포스트 코로나 첫 번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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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0-11-2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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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장 맡아 방역 체계 재정비

  • "미래 감염병 대비해 질병청 인력·예산 독립성 확보해야"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하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는 연일 300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3차 대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역 당국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이 부실해 대응이 미흡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으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국가 방역과 보건의료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데 기여했던 인물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사진=정기석 교수]



25일 서울 모처에서 정 교수를 만나 코로나19와 미래의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코로나 이후 시대(Post-Corona) 국가 방역 시스템은 어떤 방향으로 설정해야 할지 들어봤다.

정 교수는 우선 현재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중단하기 위한 단기 대응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설에 대한 단속 강화를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실내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사안"이라며 "마스크 단속만 잘하면 더 큰 파장을 막을 수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해서 거리두기를 상향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소상공인들이 받게 된다는 점을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축소된 규모로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문을 닫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질병청 승격으론 부족…"인력·예산 독립성 확보해야"

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드러난 국가 방역·의료 체계와 관련해 크게 3가지 보완점을 언급했다. 우선 정 교수는 미래의 감염병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질병관리청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고, 방역 컨트롤 타워 역할을 온전히 맡겨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질병청의 예산과 인력 확보가 핵심이다. 인력과 예산에 얽매이게 되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못하게 되고,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다가올 또 다른 감염병 대유행에서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선방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질병청의 독립성이 확보되면 감염병 연구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질병청 소속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은 민간에서 꺼리거나 불가능한 감염병 연구가 얼마든지 가능한 국내 유일의 국립기관"이라며 "더 좋은 인력과 예산 지원이 있다면 그들이 미래에 발생할 감염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교수는 방역 시스템 강화와 함께 공공의료 시스템 강화를 보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은 '예방주사' 라면, 공공의료는 질병에 걸렸을 때 받게 될 '치료'인 셈이다.

정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민간의료에 기대 공공의료는 등한시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공공의료기관인 국공립 병원은 본래 취지대로라면 병실을 비우고 코로나19 환자에 대비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며 "국립대병원은 물론 지방의료원조차도 수익 확보라는 명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1차 유행은 물론 2차 유행 때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향후 국가가 주도권을 가지는 공공의료기관에 더 우수한 의료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과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인력 지원과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백신·치료제 등 제약·바이오 산업 연구·개발(R&D)과 관련해 정부의 연구비 지원 및 연구 방향 설정에 대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R&D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이번 코로나19의 백신, 치료제 개발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히 열세인 것이 드러났다"며 "이는 연구방향 선정과 연구비 배분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구 방향에 있어서 단순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에 세금을 지원하고,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예방주사' 됐던 메르스 사태…K-방역 선방 요인

코로나19 사태 초기 팬데믹으로 확산할 당시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았던 것이 바로 'K-방역', 즉 우리나라의 우수한 방역 시스템이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신속 개발을 위한 패스트트랙,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선별진료소 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정 교수가 질본 본부장을 역임하며 메르스 사태 이후 방역 체계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교수는 최근 이뤄진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의 당위성을 당시 정부 내 인사들에게 인식시킨 장본인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의 핵심인 역학 조사관을 새롭게 모집해 전담 조직을 구성했고, 1339 콜센터를 운영해 감염병에 대한 대국민·대의료인 소통을 강화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유행을 막아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먼저 신속한 진단시스템을 확보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진단시스템의 확보가 큰 역할을 했다. 환자를 찾아내 격리하고, 조사·검사해서 또 확진자를 찾아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진단"이라며 "선별진료소와 질병관리본부 인증 검사기관 등의 운영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큰 힘을 발휘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등 감염병 진단키트 개발을 위한 패스트트랙(Fast-Track·신속 승인 시스템) 제도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진단키트 패스트트랙을 2016년 봄에 만들어둔 것이 큰 역할을 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한 달 이상 걸렸을 것이고, 그 사이에 감염은 급속도로 확산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패스트트랙을 만들 당시 김승희 식약처장과 직접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제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진단시스템, 진단키트가 갖춰져 있다고 해도 결국 방역 전선에 뛰어든 의료진, 역학조사관, 질병관리청 공무원 등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일상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 교수는 "방역 관계자들의 사명감도 K-방역에 큰 원동력이 됐다"며 "퇴근도 없고 휴일도 없는 삶을 사는 공무원들, 역학조사관들의 헌신이 K-방역을 이룬 힘"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현재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정 교수는 "내가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일할 때 정은경 청장은 당시 위기대응센터장을 맡고 있었다"며 "정은경 센터장이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위기대응센터를 잘 지휘해줬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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