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방한 일정에 나선다.
왕 부장은 전날 오후 10시 12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자신의 입국을 기다린 취재진에게 거수경례로 인사를 하며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숙소로 이동했다.
왕 부장은 이날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오찬까지 함께한다. 한·중 외교장관의 대면 회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이다.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왕 부장은 지난해 12월 4~5일 방한 당시에도 문 대통령과 접견한 바 있다.
강 장관과 왕 부장은 외교장관 회담에서 △코로나19 대응 협력 및 양국 간 고위급 교류 등 한·중 양자 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한·중 양자 관계와 관련해선 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해제 등을 통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그간 미뤄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2017년, 2019년 방중에 대한 답방으로 올해 상반기 중 한국을 찾기로 약속했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에 지금껏 방한하지 못하고 있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은 지난 24~25일 1박 2일간의 방일 일정을 마친 직후에 이뤄졌다.
외교가에서는 내년 1월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한·일을 잇달아 찾은 데 대해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강화 움직임에 ‘견제구’를 던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왕 부장이 이번 방한 기간 정부 인사 이외 여당 주요 인사와 접촉하는 것도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에 대한 견제 행보로 풀이된다.
이런 해석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히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서로 중요한 파트너인 한·중 간에 국제문제나 정세뿐만 아니라 양자 차원, 한반도 문제 관련해서도 다뤄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모든 것을 협의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문 대통령 예방 이후인 이날 오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중국특사 신분으로 방중, 왕 부장과 회동한 인연이 있다.
당시 왕 부장은 이 전 대표에게 “중한 관계의 튼튼한 발전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해 양자 관계 발전을 지켜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방한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핵심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특보) 등 국내 인사와의 조찬도 예정돼 있다.
또 박병석 국회의장,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과의 별도 접견도 하며 출국 전까지 미국 동맹주의에 맞선 한·중 협력 강화에 분주히 움직일 전망이다.
한편 왕 부장은 앞선 모테기 도시마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중·일 외교 수장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보도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일 외교수장은 이번 회담에서 △비즈니스 교류 재개 △코로나19 대응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일본 하계·중국 동계 올림픽 성공 개최 △양국 경제 회복 등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환구시보는 “왕 부장과 모테기 외무상이 중·일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상호 소통했다”며 “이번 회담에서 5가지의 중요한 공동인식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번 회담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일 외교수장의 첫 대면 회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양측 모두 고위급 교류와 경제 무역, 외교 당국 간 협상, 안보 대화, 관광 등 영역에서 협력을 재개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자오리엔(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30일부터 기업인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입국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방역 상시화 속 양국 간 인적교류 촉진과 경제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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