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선포한 문재인 정부의 개념행동이 해외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다. 다만, 관건은 국내 현실에 탄소배출 제로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지다. 자칫 전기료 폭탄이 우려될 뿐더러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을 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6일 오후 한국 에너지 정책 국가 보고서 발간 행사를 열었다. 우리나라 국가보고서는 2006년, 2012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발간됐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그린뉴딜 전략을 통해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저탄소·친환경 에너지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2015년 동북아 최초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등 원유·가스 도입선 다변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노력해 온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복원력 있는 미래'를 주제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에 IEA도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생산·소비 구조를 고려할 때 발전부문은 물론, 산업·수송부문에서 다각적인 에너지 효율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보고서에서는 산업부문의 경우, 에너지 효율향상 의무 부과와 기업의 자발적인 감축노력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히, IEA는 한국 정부가 계획한 수송용 연료 관련 합리적 과세 제도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해당 제도를 신속히 도입하기를 촉구했다.
IEA는 또 한국전기위원회의 지위를 전력 산업의 규제기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또 저탄소 배출 기술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모든 연료에 대한 에너지 과세가 탄소 함량 및 대기오염 등 외부비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요구됐다.
이처럼 문제는 IEA의 권고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수용 가능한 기준치까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는 데 있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당장 풍력과 태양력 발전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지에 에너지 전문가들은 의문을 품는다.
문 정부는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지난해 월성 1호기를 폐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0년 27.1%에서 2034년 14.9%로 줄일 계획이다.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른 전력 공백은 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그렇더라도 풍력·태양광 발전으로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일정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료 폭탄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액화천연가스(LNG)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석탄이나 원전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에너지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그린뉴딜 등 정책 지원에 힘입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원전이나 석탄 발전을 대체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인데,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정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탄소배출 제로 목표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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