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정권 이양 과정에 착수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내각 윤곽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BC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젠 사키 인수위원회 선임고문의 트위터를 인용해 "다음 달 2일 중 차기 행정부의 경제 분야 주요 직책에 대한 인선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바이든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을 비롯해 재무부 부장관과 상무장관, 백악관 소속 국가경제위원회(NEC)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등을 소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바이든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을 비롯해 재무부 부장관과 상무장관, 백악관 소속 국가경제위원회(NEC)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등을 소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회복 vs 월가 견제"··· 재무부 균형 맞추는 바이든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팀 인선에서 가장 이목이 쏠리는 지점은 미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재무부다.
이틀 전인 23일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내정됐다는 보도에 다음 날 다우 지수가 사상 최초로 3만선을 넘어서는 등 뉴욕 증시가 고공행진하기도 했다.
25일 CNBC는 내년 재무부에서 재닛 옐런과 함께 경제 정책의 합을 맞출 재무부 부장관 자리에 게리 겐슬러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앞서 옐런을 내정해 '경제 회복 박차' 신호를 보내며 월가 등 금융시장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면, '겐슬러 카드'는 금융권력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겐슬러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CFTC 위원장 재임 당시 월가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는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의 '도드-프랭크 월스트리트 개혁 소비자 보호법' 발효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터라, 현재 월가가 가장 꺼리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도드-프랭크법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책임을 월가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소비자금융보호국(CFPB)과 금융안전감시위원회(FSOC) 등을 설립해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월가는 해당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 당시부터 강하게 반발했으며, 결국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과 동시에 법안의 일부 규정을 행정명령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아울러 옐런 역시 금융위기 당시 연준 의장으로서 경기 부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제위기 전문가'로서 비교적 온건한 비둘기파로 인식되는 편이지만, 경제학자로선 상황에 따라 매파와 비둘기파를 오가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옐런은 금융위기 대응 출구전략으로 2017년 9월부턴 양적 긴축 정책을 단행했다. 과거 대형은행의 방만한 자본 운용에 수시로 경계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경제 회복 국면에서 금융자본인 월가가 과열할 경우 겐슬러 전 위원장이 재무부 부장관으로서 견제와 규제를 요청하고, 옐런은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바이든 옆 '경제학자와 기업인'··· 미·중 갈등엔 '중국계' 통상 책임자?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경제 정책을 조언하는 백악관 내 두 명의 경제위원회 위원장의 향방에 따라서도 향후 미국과 글로벌 경제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이날 CNBC는 "NEC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기업 인사나 업계에 친화적인 인물이 선호된다"면서 로저 퍼거슨 미국 교직원퇴직연기금(TIAA) 회장의 지명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퍼거슨 회장은 월가에서는 흔하지 않은 흑인 최고경영자(CEO)로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흑인'으로도 불린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이사로도 재임 중이라 월가는 물론 실리콘 밸리와도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
1997년 연준 이사로 임명돼 연준 부의장까지 지냈으며, 앞서 민주당 흑인 다선의원들로부터 재무장관 후보로 지지를 받기도 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 입각을 위해 내년 3월부로 TIAA 회장직을 사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NEC 위원장 하마평엔 미국 금융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흑인 기업인으로 꼽히는 케네스 셔놀트 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 CEO, 월가의 연준 연락통으로 평가받는 자산투자사 블랙록의 글로벌 투자 책임자이자 전무인 브라이언 디즈,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등도 올라있다.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의 개인 경제 교사로 주목받았던 재러드 번스타인 미국 예산정책우선주의센터(CBPP) 선임연구원은 유력한 CEA 위원장으로 꼽힌다.
번스타인의 경우 현재 두 자리가 공석인 연준 이사회의 잠재 후보로도 꼽히는 상황이라, 바이든 대선 캠프에서 경제 고문으로 활동한 세금·예산 전문가 벤 해리스와 페미니스트 경제학자 헤더 부셰이 등도 CEA 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NEC 위원장은 백악관과 각 정부기관과 기업 사이에서 주요 정책을 조정하고 대통령이 결정을 내릴 때 지근거리에서 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조언을 하는 위치다. 반면, CEA 위원회는 대통령 개인의 소규모 싱크탱크에 더 가깝고, 학문적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미·중 무역갈등 상황이 고조하며 미국 통상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이 상무장관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각각 대만과 중국계 인사로 채울 수 있다는 관측도 눈길을 끈다. 이날 CNN과 로이터는 각각 상무장관에 대만계 미국인 2세로 기업인이자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도 출마한 앤드류 양, USTR 대표에는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 캐서린 타이의 지명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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