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개업소 등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5㎡(12층)는 지난 27일 10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원래 집주인이 11억원을 불렀는데 겨우 5000만원을 조정해서 이 가격에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이 중개소의 전언이다. 전세매물이 귀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달 30일 10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5000만원이 더 뛴 값이다. 7, 8월까지도 해당 평형의 전셋값 최고가는 7억~8억원대였다. 은마는 부동산 대란 사태 전까지만 해도 5억원대로 강남에서 저렴한 전셋값을 자랑하는 단지였다. 그러나 계속된 부동산 시장 패닉의 여파로 서울 전셋값이 끌어 올려지면서 은마 역시 전세 10억원을 돌파하게 됐다.
대치동의 허준공인중개사 허준 대표는 "은마 전셋값은 앞으로도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할 것 같다. 매매 시세가 21억~23억원대니 70% 선까지도 갈 수도 있다"면서 "임대차2법 때문에 강남의 가장 싼 전세인 은마가 없어졌다. 앞으로 서민층의 강남 진입은 더 어려워지고 빈부격차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의 재건축 단지 역시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압구정동 '압구정현대' 전용 144㎡ 전셋값은 지난 7월 12억원에서 지난달 14억원까지 뛰었다. 현재 이 평형의 전세 호가는 17억원에 달한다.
전세대란으로 매물이 품귀 상태를 빚으면서 학세권 인근 신축 아파트 전세 수요가 상대적으로 주거의 질이 떨어지는 구축 아파트로 흘러 들어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전세 대책이 전세난을 잡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절반은 아파트, 절반은 신축 매입으로 오피스텔·빌라 등으로 공급하는 게 11·19 대책의 요지인데, 대체로 면적이 적은 편"이라면서 "대부분의 전세수요 주요 층인 3~4인 가족에게는 좁다. 또 기존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건물관리 등을 포기할 바에야 차라리 낡은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친 전세'는 통계 수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주와 같은 0.15%로 나타났다. 이로써 74주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감정원은 "전세난 해소를 위한 '주거안정 지원방안'이 지난 19일 발표된 가운데, 저금리·청약 대기수요·거주요건 강화 등의 영향으로 매물부족 현상이 지속되며 학군·역세권 위주로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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