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심은 오로지 경제난 극복, 내년 1월로 예정된 노동당 제8차 대회에 쏠린 듯하다.
혈맹관계인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미국 대선에 대한 언급 없이 내부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다.
3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21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정치국 확대회의 주재는 2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에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 방안과 평양의대 당 위원회의 범죄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신문에 따르면 제21차 확대회의에선 △노동당 제8차 대회 준비상황 청취와 대책 △당 중앙위 조직기구 개편 △경제지도 기관의 경제운영실태 비판과 개선 대책 등이 논의됐다. 특히 경제 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개선하고 당면한 경제과업 집행을 위한 중요 문제들을 논의하고, 중요 결정 등을 전원일치로 채택했다.
신문은 “당 대회를 전후하여 진행할 정치·문화 행사 준비 정형을 비롯한 당 제8차 대회 준비 사업 정형에 대한 당 대회 준비위원회의 보고를 청취했다”며 “나타난 일련의 편향과 대회 준비위원회의 중요 임무들을 지적하고 대회 준비위원회가 제기한 문제들에 방향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당 사상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신문은 당의 정책적 지도와 당적 지도를 심화시키기 위해 당 중앙위의 해당 부서 기구 개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며 ‘조직기구적 문제’가 승인됐다고 설명했다. 당 사상사업과 관련해 일부 조직개편이 진행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번 회의에선 현재 북한이 매진 중인 ‘80일 전투’의 중간점검과 함께 경제난 문제점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경제 지도기관들이 맡은 부문에 대한 지도를 환경과 조건에 맞게 과학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도 지적하며 주관주의와 형식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이 최근 물가 상승과 산업가동률 저하 등 경제난 속에서 평양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다고 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회의 주재는 경제 등 북한의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정치국 회의는 연말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국정운영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현재 전개 중인 ‘80일 전투’ 경제적 성과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내년 1월) 당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선 80일 전투의 경제적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경제지도기관에 대한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논의됐던 평양의대 사건과 같이 비(非)사회주의적 형태 등 체제 위협적 요소가 나타나는 것을 우려, 당 사상사업을 강화해 당의 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우는 것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고도 봤다.
양 교수는 “전반적으로 풀어질 수 있는 연말연시의 기강을 잡고, 당대회를 앞두고 정책성과 주민사상 통제를 보다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서 내년 제8차 당대회에서 공개할 예정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휘황한 설계도’가 아닌 실현 가능한 계획과 전략이 담겨야 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정 교수는 “과거를 답습하며 성과달성과 선전·선동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계획을 강조하며 지난 5년의 미진한 실적에 대해 경제 지도기관들의 책임을 묻는 제8차 당 대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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