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진중공업 가치 제고 실패···무리한 구조조정 탓에 기술력·경쟁력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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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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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중공업, 염불보다 잿밥 인수전?

한진중공업 인수전이 조선업계와 부산 지역사회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조선업 경쟁력에는 관심 없이 영도조선소의 부동산 투자가치만 따지는 원매자들이 가득한 탓이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계열사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인수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KDBI는 지난해 설립된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그 성격이 사모펀드(PEF)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2016년부터 경영에 관여했음에도 한진중공업의 재무 악화를 방지하지 못한 산업은행이 계열사에 한진중공업을 떠넘기는 사실상 '셀프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경영에 관여한 이후 한진중공업의 조선 부문 경쟁력이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KDBI로 넘어갈 경우 회사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인수전에 조선 관련 기업 드물어··· 한진중공업 조선 부문 경쟁력 상실 때문

30일 한진중공업의 최대 주주이자 매각 주관사인 산은에 따르면 최근 예비입찰에 참여한 7곳의 원매자는 1차 실사를 마무리했다. 산은은 조만간 본입찰을 진행해 12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는 KDBI·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 한국토지신탁, SM그룹 등 7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7곳의 원매자는 모두 사모펀드, 신탁사, 해운사, 건설사 등이다. 그나마 해운사를 제외하면 모두 조선업과 큰 관련이 없는 기업들이다.

때문에 부산 지역사회 등에서는 한진중공업의 원매자가 영도조선소를 장기간 운영할 의지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인수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참여할 조선 관련 기업이 없을 것으로 이미 예견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한진중공업의 조선 부문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탓에 다른 조선업체에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시각에서다.

◆산은, 한진중공업 인력 구조조정 추진··· 기술력·경쟁력 잃고 매출 하락일로

조선 부문 경쟁력 악화는 한진중공업의 경영방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는 한진중공업 경영에 오랫동안 관여한 산은과 무관하지 않다.

산은은 2016년 5월부터 한진중공업과 자율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경영 관리를 시작했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던 당시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와 조선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산은과 채권단도 수비크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진중공업의 선수금환금보증(RG) 발급을 보장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되고서 2년 이후 수비크조선소는 법정관리를 맞게 됐다.

수비크조선소의 법정관리 직후인 지난해 5월 당시까지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였던 조남호 회장이 경영권을 잃었으며, 산은이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후 산은은 한진중공업 조선 부문이 경쟁력을 잃을 정도로 철저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실제 조선업계에서는 산은이 최대 주주로 올라선 지난해부터 한진중공업의 경쟁력이 크게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산은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상선 건조가 가능한 숙련공 대부분이 한진중공업을 떠나게 되면서 사실상 특수선 제작 능력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산은이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 직전인 2018년 말 한진중공업의 조선 부문 남성 근로자는 1348명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9월 기준 그 수가 1027명으로 321명(23.81%)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한진중공업 건설 부문 남성 근로자 수는 870명에서 881명으로 늘어난 것과 큰 차이다.

지난 2018년 말 한진중공업 조선 부문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17.7년으로 집계됐다. 1년 9개월 후인 올해 9월 말 기준 평균 근속연수는 18.6년으로 1년도 채 늘어나지 못했다. 이 기간 장기 근속한 숙련공을 정리하고 신입을 대거 채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연봉이 6563만원에서 4762만원으로 1801만원(27.44%) 줄어든 것도 숙련공 정리를 뒷받침한다.

산은의 구조조정 결과 한진중공업의 조선 부문 영업손실이 차츰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한진중공업 조선 부문은 2018년 3분기 5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3분기는 219억원으로 손실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매출 규모도 급감하는 것이 문제다. 2017년 3분기에 8607억원에 달했던 매출액 규모는 올해 3분기 3175억원으로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산은이 최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 진행된 인력 구조조정으로 손익은 다소 개선됐으나 기술력과 경쟁력이 흔들린 탓에 경영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업계, 산은 자회사 KDBI 전문성 부족 지적

문제는 산은의 계열사인 KDBI도 이 같은 경영방침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출범한 KDBI는 아직 뚜렷한 투자실적(트랙레코드)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1호 자산인 대우건설 이외에 관리 회사가 없어 구조조정 방향성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구조조정 전문회사라는 성격상 조만간 다시 한진중공업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점과 산은 구조조정본부의 인원 다수가 KDBI로 이동했음을 감안하면 지금 같은 인력 구조조정 위주의 경영방침을 유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때문에 조선업계에서는 KDBI 등 구조조정 전문가가 한진중공업을 인수하게 된다면 과거 '한진해운 사태'가 조선업계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당시 국내 1위‧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2016년 8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물류대란을 일으켰고, 결국 이듬해 2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후 관계자들은 해운 전문성이 없는 경영진에 해운사를 맡긴 탓에 위기가 시작됐고, 정부도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파산을 결정한 탓에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인 물류대란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조선업 역시 해운업만큼 국가 기간산업의 측면이 크기에 조선 전문성이 없는 경영진이 한진중공업을 맡을 경우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가 기간산업의 보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 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해운업에서 문제가 됐던 행동을 조선업에서도 그대로 되풀이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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