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확산세 영향에 국회가 예산안을 '플랜B'로 돌려놨다. 정부가 제출한 규모보다 내년 예산안은 2조원 넘게 증액될 모양새다. 코로나19 피해와 백신 확보를 위한 예산 증액에 집중됐다. 다만, 관건은 예산 감액이다. 시선은 한국판 뉴딜에 쏠린다.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내놓은 전략이 코로나19 앞에 누더기 정책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여야가 1일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은 558조원에 달한다. 앞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규모보다 2조원가량 많다.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 계층에 대한 지원과 백신 확보에 상당부분 투입된다.
이렇게 결과적으로 2조원이 늘어나지만, 기존 사업에서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규모는 5조3000억원에 달한다.
당장 이미 제출된 예산안에 담긴 각종 사업부문에서 삭감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할지부터가 고민거리다. 더구나 2조2000억원의 순증 예산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예정이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불거지게 생겼다.
자연스럽게 예산 삭감의 칼을 들이댈 분야가 '한국판 뉴딜' 사업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미 야권은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을 50% 이상 삭감하자고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를 줄이면 10조원 정도까지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이럴 경우, 야심차게 준비해온 '한국판 뉴딜' 사업이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우려다.
그렇다고 기존 복지 정책이나 일자리 정책에서 과감하게 예산을 삭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 지난 8월 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12개 분야 가운데 교육 예산만 제외하고 11개 분야가 모두 증액됐다.
빠르고 강한 경제 반등과 선도형 국가발전전략인 한국판 뉴딜 뒷받침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산업·중소·에너지 예산은 12개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인 22.9%(5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그린뉴딜과 생활환경 개선 투자 확대를 위한 환경 예산 역시 올해 대비 16.9%(10조5000억원) 증가세를 보였다.
상당부분이 고정 지출로 구성된 보건·복지·고용 분야도 올해 대비 10.7%(19조4000억원)나 급증한 상태다.
5조원이 넘는 사업 예산안을 축소하는 것부터가 '넌센스'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한 사업 구상을 통해 마련한 예산안이 급감할 경우, 사업 전체의 연계성이 떨어질 뿐더러 효과 역시 반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에서는 굳어진 정부 정책의 기조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변화돼야 한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포착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사실 그동안 정부 정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면서도 "내년 예산안 마련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구상에서 '플랜B'를 잘 구상한다면,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기저효과 대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예산안과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코로나 3차 확산에 따라 피해 집중 업종과 계층을 대상으로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됐다"며 "다만 피해정도, 규모, 방식 등은 지금 확정하기 어려운 만큼 총액으로 계상해 놓고자 한다"고 전했다.
홍 부총리는 또 "오늘 늦게까지, 늦어도 내일 오전까지 그동안 계수조정소위에서 협의된 증액·감액 심의결과 등을 모두 반영해 세부 계수조정안을 마련 한 후 내일 본회의에서 차질없이 확정되도록 할 것"이라며 "내년 1월 1일부터 예산이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지금의 예산집행 준비작업에도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