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 기업들의 금융 진출 가속화는 비단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든 IT 기업들은 금융권의 대형 메기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는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영역을 확장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3년 만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 수가 1254만명을 넘어섰으며,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연간 거래액 목표를 70조원으로 잡고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카카오페이증권도 소액 펀드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로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도 1600만 이용자를 무기로 법인보험대리점(GA) ‘토스보험서비스’를 출범시킨 후 지난 5월 ‘토스인슈어런스’로 사명을 변경해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 8월에는 결제사업(PG) 전문 계열사인 토스페이먼츠가 영업을 시작했다. 내년 중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와 '토스증권' 설립이 마무리되면 토스 역시 전 업권에 발을 들이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통장’이다. 지난 6월 네이버가 네이버통장이라는 이름으로 증권사와 제휴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출시한 것을 두고 은행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통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소비자가 은행 통장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은행 통장의 경우 법으로 5000만원까지 원금 보장이 되지만, CMA는 그렇지 않은 만큼 네이버 통장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사건은 네이버가 상품 명칭을 변경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금융사들은 시장 주도권이 핀테크(금융+기술)에서 테크핀(기술+금융)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 기존 금융사와는 달리 네이버, 카카오, 토스와 같은 IT 기업들은 각종 규제를 피하고 있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사와 IT기업이 서로 다른 규제 탓에 갈등을 빚자, 금융당국은 마찰을 줄이기 위해 ‘빅테크 협의체’까지 만들었다. 협의회에서 기존 금융사들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아래 디지털금융 시대에 맞게 낡은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IT 기업들이 진입장벽을 낮추고 혁신을 활성화하는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규제 불균형을 두고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는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금융사들의 대비책은 부족한 수준”이라며 “공정 경쟁 환경이 마련되면 금융사들도 IT 공룡 기업들과 혁신 금융상품 등을 견주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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