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일정은 긴박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결정으로 첫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유상증자 납입 일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승인과 비용회수 방안 구체화, KCGI의 추가 반격 가능성 등도 남아 있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경영권 분쟁이 있는 상황이라도 주주배정 방식에 의해 경영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등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 제3자에게 신주발행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상증자 계획에 따라 산은은 2일 한진칼 보통주 5000억원어치를 사들이고, 3일엔 대한항공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사채 3000억원어치를 인수한다.
이를 통해 산은은 한진칼의 지분 약 10.6%를 확보하게 된다. 이후 대한항공이 이 이 돈을 마중물로 시장에서 2조5000억원을 조달해 아시아나를 1조5000억원에 사는 구조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이달 22일이다. 향후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대한항공 소액주주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에 따라 향후 자금조달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통합이 마무리될 경우 매출 20조원, 세계 7위 규모의 '메가 캐리어'가 탄생되는 셈이다.
산은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하며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19 재도약을 대비한 이번 항공산업 구조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KCGI 측에도 항공산업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을 당부했다.
한진그룹도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3자연합도 책임있는 주주로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이후에는 공정위가 독과점 논란을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해 국내선과 국제선 이용객 수 기준으로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LCC(저비용항공사)의 점유율은 각각 38.7%, 14.9%로 이미 60%에 육박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번 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의 위기 상황이 예외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만큼 정상화 후 지분 매각 등 비용회수 방안을 구체화하는 것도 여전히 과제다. 산은은 양사의 통합에 따라 향후 5년간 6000억원 규모로 수익을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지난달 20일 취재진에 "빠르면 2년 내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2년 내 인수작업이 마무리된다 해도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체질개선이 이뤄질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은 측이 제출한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에도 수익성 개선 방안이나 시한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특히 항공업계 위기를 고려하면 큰 폭의 구조조정이 없을 경우 당장은 비용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 이외에 이미 양사에 투입된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정책자금은 올해 9월 말 현재 7조5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수세에 몰린 KCGI의 추가 항고나 지분확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신주가 발행돼 시장에서 거래되면 되돌리기 어려워지지만, 신주 상장 예정일인 오는 22일 전까지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를 할 수도 있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항고를 해도 일정이 급박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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