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자원 하나 없이 수많은 약탈과 전쟁을 겪으며 한없이 위축됐던 대한민국이, 백범 김구 선생이 그토록 꿈꿨던 '문화강국'을 실현했다.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석권과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핫 100 차트 3주 연속 1위 소식은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국민에게 자긍심을 안겼다. 독보적인 진단검사 방법 '드라이브 스루'와 한국형 진단키트 등을 통한 'K방역 문화'는 국격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제대로 갈고 닦아 지구촌에 퍼뜨린 K-문화의 향기는 오래 지속할 것이다. 은은한 한국문화의 내음이 한층 짙어질 미래를 생각하며 시리즈를 이어가기로 한다. <편집자 주>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시작을 알린 것은 누구일까.
바로 취타대(吹打隊)다. 취타대는 대취타를 연주하는 집단이다. 대취타는 불고(吹), 치는(打) 악기들이 중심이 되는 행진곡이다. 역사 속에서는 임금의 거동이나 현관들의 행차, 군대의 행진 및 개선 등에 쓰였다.
지금 시대에 와서는 큰 행사나 나라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주로 취타대가 등장한다. 국빈 방문이 가장 좋은 예다. 김정은(북한) 국방위원장,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등의 방한 시 손쉽게 취타대를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적인 큰 스포츠 이벤트에는 어김없이 취타대가 등장한다.
2002년 5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2002 한일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개막 연설 전부터 경기장에는 취타대와 전통 무용수가 가득했다. 개막 행사를 위해서다. 개막 선언이 끝나자, 취타대가 한국 전통의 팡파르를 터트렸다. 우렁찬 소리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곤 전통 무용수들이 그라운드를 노란빛으로 수 놓았다. 청각과 시각을 모두 사로잡았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의 시작을 알린 것도 취타대다. 성화봉송과 입촌식의 선두에는 각 지역의 취타대가 자리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도 취타대는 강릉 시민들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 공원에서 행진 행사를 진행했다.
물론, 작은 스포츠 이벤트라고 해서 취타대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8년 10월 대구 달성군은 제23회 달성군민체육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달성군의 군민은 약 26만명. 종목은 4가지(배드민턴, 탁구, 게이트볼, 파크 골프)였던 소규모 이벤트였지만, 식전행사에서 취타대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2019년 5월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는 개막식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퍼레이드 규모는 약 150명. 이 중에도 취타대가 포함돼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 외에도 전국에는 수많은 취타대가 활약하고 있다. 취타대를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립국악고등학교다.
이 학교는 매년 가을에 열리는 강남구 개포4동의 지역행사인 개포골 어울림 한마당의 시작을 알린다. 황철릭을 입고 태평소, 나발, 나각 등으로 큰 소리를 내며 학교부터 개포 4동까지 행진을 이어간다. 구성원은 모두 학생들이다. 2학년 피리, 대금, 타악기 전공 학생들과 1학년 소리누리예술단 피리 전공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학교 취타대는 2018년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트윈스의 3연전을 기념해 잠실야구장에서 한국 전통의 소리를 널리 퍼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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