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사모펀드] 키코·DLF·사모펀드··· 사고 뇌관은 '불완전 판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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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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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줄잇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비롯해 대부분의 금융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객들에 비해 우월한 금융 지식을 갖춘 은행, 증권사 등 판매자 측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상품과 관련된 대규모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거론되는 이른바 '불완전 판매' 문제다. 키코(KIKO) 사태와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 지난해 벌어졌던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FL) 손실, 현재진행형인 사모펀드 환매중단 문제 모두 불완전판매가 사태의 주요한 뇌관으로 지목된다.

수출 기업을 위해 출시됐던 파생상품인 키코는 금융권의 대표적인 불완전 판매 사례로 꼽힌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약정 환율에 외화를 팔아 환율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환율이 약정 범위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 보전을 받지 못하고, 상한선보다 오를 경우엔 오히려 기업이 그만큼 은행에 보상해야 한다.

키코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 방지를 목적으로 출시됐으나,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폭등하며 당시 732개 기업이 약 3조3000억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당시 법원은 불완전판매 책임을 일부 인정했으나 지난 2018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 후 재조사와 함께 분쟁조정이 이뤄져 배상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동양그룹 CP 사태는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연달아 신청하며 이들 기업의 기업어음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사건이다. 경영권 유지 등을 위해 무리하게 회사채와 CP를 발행해 약 4만명의 투자자에게 1조3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안겼다. 당시 그룹 계열사였던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은 이 과정에서 투자 적합성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CP를 팔았다.

DLF사태 역시 은행을 찾은 고객들에게 사실상 원금 손실이 없다는 식으로 판매를 권유하는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 연 수익률은 3~4% 수준이나 상황에 따라 원금 전액 손실도 가능한 고위험 상품이었으나 판매 과정에서 이에 대한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일어난 사모펀드 사태의 경우 투자권유 과정에서의 불완전 판매는 물론, 운용 과정에서 수익률을 조작하거나(라임), 애초 약정했던 자산에 투자하지 않는 등(옵티머스) '사기'에 가까운 정황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하며 판매사들도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조치들을 연달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직원에 대한 상품교육 강화, 판매 펀드의 자산 실재성 확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당국도 원금의 20~30% 이상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은 은행 판매를 금지하며 피해 방지에 나섰다.

다만 모험자본 공급과 혁신성장이라는 사모펀드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무작정 판매를 틀어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를 줄이는 사후 규제 방식보다는 투자자 교육을 확대하고, 사고 발생 시 배상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사전 예방이 보다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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