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억제’ 한반도 정세 관리 시급한데…극에 치닫는 남남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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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2-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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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정권 교체기, 北 도발 억제 최우선 과제

  • 2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처리, 여야 충돌

  • 野 "표현의 자유 침해, 김여정 하명법" 반발

  • 與 "접경지역 주민 안전 위해 처리 시급해"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권 의원들이 퇴장한 사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선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로 몸값을 높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북한은 미국 정권 교체 시기에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무력도발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미국의 대북정책을 한층 강경해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크게 요동쳤고, 평화에 대한 기대도 멀어졌기 때문이다.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판문점선언, 싱가포르 합의 등 기존 남북, 북미 정상 간 합의사항을 존중한다는 한미의 메시지 발신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약속한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정상 간 합의사항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판문점선언 등 남북 정상 합의의 법제화 등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진영싸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선 보수와 진보 간의 ‘남남(南南)갈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입법, 국방예산 감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회원들과 관계자들이 법안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북전단 금지법’ 與 단독 처리···남남갈등 고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걸림돌로 거론되는 ‘남남갈등’은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나타났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외통위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외통위는 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날 의결했다.

야권은 해당 개정안이 헌법에서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면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반대했다. 또 개정안이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 이후 언급됐다는 점을 앞세워 ‘김여정 하명법’, ‘김여정 칭송법’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의 반발에도 여당 의원들은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처리가 시급하다며 개정안 의결을 강행했다. 결국, 국민의힘, 국민의당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모두 퇴장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은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개정안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을 향한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개정된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앞서 민주당이 전날 국회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단독 처리한 개정안에는 법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그러나 이날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내년 봄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행위가 우려된다면서 법 시행 시점을 3개월 앞당기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다시 제출했고, 해당 개정안이 의결됐다.
 

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김석기 간사와 김기현 의원 등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표결 처리에 반대하며 집단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野 “김여정 칭송법” vs 與 “주민 안전법”···통일부 “환영”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김여정이 대북전단에 엄포를 놓지 않았다면 해당 법안이 만들어졌겠느냐”라며 “아무리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한다고 하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청구를 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 “명백한 김여정 하명법이요, 김여정 존경법이고, 칭송법”이라고 날을 세우며 “우리가 국민의 대표라고 여기 앉아있는데 대한민국 자존심도 생각해줘야 하지 않느냐. 국민의 대표가 무리수를 둬가며 이런 법을 만들어 처리해야겠느냐”고 따졌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역시 “바다 위에서 해수부 공무원이 피살된 참사가 일어난 지 이제 겨우 두 달여가 지났다”며 “북한이 만행에 제대로 사과도 없고 진상규명에 비협조적인 상황에 이 법을 강행 처리하려 하니 ‘북한 심기관리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표결 불참 이후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까지 움직인 초유의 굴종적인 사태”라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북한 김정은 정권 유지를 위해 위헌적인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대해 송 위원장은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 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는 것”이라며 “저도 법률가 출신이다. 제가 김여정의 하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하겠나”고 발끈했다.

또 ‘표현의 자유 침해’ 지적에 대해선 “기본권은 보장하되 국가안보를 위해 제한할 수 있게 돼 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해도 잡아가지 못할 뿐 아니라 모욕해도 잡혀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통일부는 남북 관계 발전법 개정안 의결을 환영했다. 통일부는 의결된 개정안에 대해 “112만 접경지역 주민을 포함한 ‘국민생명안전보호법’이자, 남북 간 합의를 반드시 준수 이행하는 전기를 마련한 ‘남북 관계 개선 촉진법’이며 ‘한반도 평화 증진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상임위 의결 취지대로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남북 간 합의사항은 반드시 준수되고 이해돼야 한다는 의결 취지를 받들어 지속 가능한 남북 관계 발전의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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