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박스'의 아이폰(iOS) 버전을 연내 출시하겠다는 KT의 계획이 끝내 무산됐다. 애플이 자사 앱 마켓에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올리는 걸 금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박스 출시 무산으로 애플의 폐쇄적인 앱 마켓 정책과 함께 아이폰 버전 출시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도 개발과 출시를 추진한 KT의 무리한 서비스 계획이 함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2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게임박스의 아이폰 버전 출시가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 8월 게임박스 서비스를 시작한 KT는 9월 타 통신사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개방하고, 10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형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2022년 누적 가입자 100만명을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클라우드 게임이란 데이터센터에서 화려한 고사양 3D 게임을 실행하고 화면만 스트리밍 형식으로 이용자 단말기에 전달하는 서비스다. 고사양 PC를 갖추지 않아도 이용자 스마트폰, 스마트TV, 셋톱박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3D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초고속·초저지연을 강조하는 5G 시대의 킬러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게임박스도 마찬가지다. 월 4950원(내년부터 9900원)만 내면 스마트폰, 저사양 PC에서 100여종의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미국 IT 기업과 협력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나선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달리 KT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 독자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앱을 개발했다.
실제로 KT는 8월 안드로이드에 서비스를 출시한 후 아이폰 게임박스 앱 개발에 착수해 10월 개발을 완료했다. 애플의 첫 5G폰인 아이폰12 시리즈 출시에 맞춰 게임박스 앱을 시장에 투입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5G 핵심 서비스로 내세울 계획이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아이폰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만큼 연말 5G 가입자 유치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이 앱스토어에 게임박스 앱을 출시하는 것을 끝내 거부하면서 KT의 계획은 좌초됐다. 내년에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앱 개발까지 완료해놓고 하염없이 애플의 정책 변경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통신업계에선 KT가 무리하게 서비스 계획을 세웠다고 지적한다. MS가 애플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금지 정책을 비판하는 공식 성명서를 내는 등 연초부터 관련 문제가 불거졌지만, KT는 10월 아이폰 서비스 출시를 장담하며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앱 개발을 추진했다.
KT 관계자는 "현재 아이폰 버전 게임박스 출시일은 미정이며, 애플과 출시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당초 아이폰 앱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10월 출시한다고 공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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