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스포츠윤리센터(이하 센터)가 출범했다. 고(故) 최숙현 사건으로 스포츠계가 떠들썩한 지 두 달 만이다. 출범 석 달째에서 넉 달째로 넘어가던 지난달 30일 센터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체육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과 이정옥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을 비롯해 이숙진 센터 이사장, 박봉정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양 기관은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상담·신고 △피해자 지원 상호협력 관계 구축 △피해자 보호 조치 △피해자 상담·의료·법률 등 지원 △체육계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엄정 조사와 사후 관리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협약일 국내 한 스포츠연예전문지는 '(스포츠윤리)센터는 아직도 조사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건은 성남시 탄천링크 폭행 사건이다. '10월에 신고한 사건이 아직 해결이 안 됐다'는 것과 '성남시청 감독이 낙하산 인사인 센터 실장에게 손을 썼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다.
찬물이 확 끼얹어진 센터는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해당 사건은 10월에 신고·접수받아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비밀 유지 의무에 따라 공개하기 어렵다"며 "기사에 소문이라고 언급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낙하산 인사라 지적된 실장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배포했다.
그렇다면 센터의 현 상황은 어떨까. 기자의 취재 결과 조사를 진행하는 조사관은 13명이고, 이들을 전·현직 경찰로 이루어진 전담팀 15명이 돕는다. 현재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67건이다. 조사관 1인이 평균 5건을 소화해야 한다.
성남시 탄천링크 폭행사건은 수도권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강원권과 남부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강원도 체육학교 폭행 사건의 신고·접수일은 추석 연휴 이전인 9월로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건을 신고한 A씨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조사관들이 강원도까지 내려와서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며 "여러 차례 통화를 통해 진행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아들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부분과 조사관분들이 다녀간 이후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는 부분 등은 치가 떨리지만, 조사관들께서 행정 조치를 주시하고 있다고 하니 잘 판단해서 선수 자격 박탈 등의 처분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짚어야 하는 부분이라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우리도 조속한 처리를 원하지만, 급하게 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경기 여주시에는 조선 시대 전통 도검을 제작하는 장인인 이은철 도검장이 살고 있다. 그는 투박한 잡쇠 덩어리를 달궈서 망치로 두들긴다. 접고 또 접어 단단하고 질긴 쇠로 만든다. 십여 차례 꺾어 접는다.
끝이 아니다. 칼날의 형태가 드러나면 수십 번 두들기고 갈고닦아서 모양을 잡는다. 이번에는 담금질 차례다. 칼날을 고온에서 달궜다가, 찬물에서 식힌다. 한 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칼날이 부서져 버린다. 그는 칼을 만들면서 "급하면 안 된다. 칼을 더욱 예리하고 날카롭게 다듬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센터도 마찬가지다. 칼날 제작으로 치면 아직 제작 중이다. 자칫 급하면 부서지듯 시간과 정성이 필요해 보인다. 두들기고 뜨거운 불에 넣었다가, 찬물에 담가야 한다. 이제 출범 넉 달째다. 모두의 우려와 달리 읍참마속(泣斬馬謖)을 위해서는 날카로운 칼이 연마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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