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미국 제약사인데 영국에 '최초' 타이틀 뺏겨...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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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12-0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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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FDA는 원데이터 꼼꼼히 재분석

  • 英 "6월부터 이미 준비 시작했다"

영국이 미국을 제치고 '코로나 백신 접종 첫 번째 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자 왜 미국은 한발 늦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프로젝트를 가동해 신속한 백신 개발과 보급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국 영국에게 밀리자 나온 문제 제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영국의 백신 승인 검토 절차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규제 당국은 수천 장의 관련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는 등 제약사의 임상시험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원 데이터(raw data)를 공들여 분석한다. 제약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보고서뿐 아니라 임상시험 데이터를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본다는 얘기다.

스티븐 한 FDA 국장은 "백신 승인 검토 절차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엄격한 검토는 아웃라이어(다른 대상과 확연히 구분되는 탁월한 존재)"라며 "FDA는 원 데이터를 실제로 살펴보는 몇 안 되는 규제 기관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반면 영국과 유럽 규제당국은 원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기보다는 제약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좀 더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영국의 코로나19 백신 검토 절차가 미흡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NYT는 꼬집었다. 영국 정부는 이번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하기 위해 1000장 이상의 서류를 직접 검토하는 등 전례 없이 많은 원 데이터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 정부의 발 빠른 조치도 한 몫했다. 현재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유예 기간 중이어서 원칙대로라면 백신 사용을 허가받기 위해 유럽 의약 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의 사용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나서 의약품 건강관리제품 규제청(MHRA)에 화이자 백신 적합성 평가를 공식 요청하고 이들이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 규정을 통과시켜 속도가 날 수 있었다.

준 레인 MHRA 청장은 "산을 오르려면 준비를 하고 또 해야 한다"며 "우리는 6월부터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10일 (화이자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도착했을 때 우리는 베이스캠프에 있었고, 최종 임상 분석 결과를 받았을 때는 이미 라스트 스퍼트를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예상을 뒤엎고 영국이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자 영국 언론들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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