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치료제가 조속히 개발되고 공평히 사용되도록 한국도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하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후(현지시간)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제31차 유엔총회 정상급 특별회기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해선) 한 국가를 넘어서 지역 차원에서도 방역 연대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웃의 생존과 안녕 없이 나의 평화와 번영은 있을 수 없다"며 드라이브스루·생활치료센터·전자출입명부(QR코드) 등 한국의 창의적인 방역 대책을 소개했다.
이어 "K방역 노하우를 이웃 국가와 적극 공유하는 등 전세계 공존을 위한 디딤돌을 함께 놓겠다"면서 남북한 등 역내국가들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과 지지를 재차 당부했다.
나아가 정 총리는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격차와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모든 이에게 혜택이 공평하게 공유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백신·치료제에 대한 접근권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위기 극복을 위해 보건·의료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추진 중인 디지털·그린·지역균형 뉴딜 등 '한국판 뉴딜' 정책을 소개하며 "혁신기술과 사람 중심의 가치를 접목해 모두가 풍요로운 성장을 영위하는 포용 사회를 반드시 이뤄내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성장의 모범사례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특별회기는 코로나19 관련 각국의 정책·경험을 공유하고 국제사회의 연대와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 총리가 유엔총회 특별회기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특히 정 총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으로서 코로나19 방역·경제 대응을 총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K방역의 원칙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한국판 뉴딜을 핵심으로 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의 새로운 경제도약 전략을 소개했다고 국무총리비서실은 전했다.
다음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코로나19 정상급 특별회기 기조연설 전문이다.
코로나19 겨울 대유행에 지구촌이 시름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긴밀한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에 개최된 금번 유엔총회 특별회기를 함께하게 되어 뜻깊습니다.
올 한해 국경을 빠르게 넘나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평온했던 인류의 일상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도 혼자만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소중한 교훈도 얻었습니다.
이웃의 생존과 안녕 없이 나의 평화와 번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75년 전 유엔이 출범했던 당시와 같이, 다시 한번 연대와 협력의 힘을 발휘할 때입니다.
한국 국민은 이웃과 함께 이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기꺼이 방역의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3대 원칙하에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브스루·생활치료센터·전자출입명부(QR코드) 등 여러 창의적인 방안들도 신속히 시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한국은 그간의 방역 경험과 노하우를 모든 이웃 국가와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공존을 위한 디딤돌을 함께 놓겠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거대한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입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희생되지 않도록 전 세계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입니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공평한 접근권이 보장돼야 합니다.
한국은 ‘세계 백신 공급 메커니즘’(COVAX Facility)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개도국 백신 지원을 위해서도 1000만 달러를 기여할 예정입니다.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백신연구소(IVI)를 통해서 국제사회의 백신 개발과 보급 노력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인류를 위한 필수 공공재가 될 백신과 치료제가 조속히 개발되고 공평히 사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여성·아동·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한층 더 가혹하며, 개도국에 더 큰 고통을 안깁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인도적 지원, 보건역량과 시스템 강화, 중장기 경제·사회적 영향 대응에 중점을 두고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보건·의료 ODA 규모를 확대하고 우리의 방역 모델을 현지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코로나19 대응 ODA 추진전략’을 통해 국제사회의 코로나19 극복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각국 대표 여러분,
지금 각국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은 전 세계인의 시계(視界)를 수십 년 전 과거로 되돌리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방역을 위한 국경폐쇄와 글로벌 교류의 위축은 바이러스로 인한 고통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고, 양적 성장을 추구했던 기존 경제체제는 오히려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더 나은 회복의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과 지역균형 뉴딜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혁신기술’과 ‘사람 중심의 가치’를 접목하여 모두가 풍요로운 성장을 영위하는 ‘포용 사회’를 이뤄내는 한편 친환경․저탄소 경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성장의 모범이 되고자 합니다.
특히, 한국은 내년 5월 P4G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그간 한국판 뉴딜의 성과를 공유하는 등 코로나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번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코로나는 한 국가를 넘어선 지역 차원의 다자협력 필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이곳 유엔에서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역내 국가들이 함께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역내 국가들이 함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동북아 평화의 토대를 쌓아나가고자 하는 노력에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합니다.
여러분,
오늘의 뜻깊은 논의가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희망을 싹틔우는 귀중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더 나은 회복을 위한 인류 공동의 여정에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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