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쓸려간 자리에는 컨설턴트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들어왔다. 주로 베인앤컴퍼니,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이른바 세계 3대 컨설팅 업체 출신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구원투수로 컨설턴트 출신 '전략통'을 발탁, 대대적인 혁신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임원 자리를 100개 이상 줄였다. 전체 임원 약 600명 가운데 10%도 안 되는 수준인 50명 정도만 새 임원으로 선임됐다. 13개 사 대표가 신규 선임되면서, 계열사 수장 3분의 1이 교체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두 명의 컨설턴트 출신 임원이 눈에 띈다. 롯데쇼핑 마트사업부문 대표로 발탁된 강성현 전무와 지난달 합류한 롯데쇼핑 HQ(헤드쿼터)기획전략본부장 정경운 상무다.
정 상무는 유통BU장 강희태 부회장이 HQ기획전략본부장에 선임한 인물이다. HQ기획전략본부는 롯데쇼핑 내 유통 계열사인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 등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이 자리에 외부 인사가 영입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정통 '롯데맨'을 고수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롯데그룹 인사 기조가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안팎에서는 절박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세계 이마트의 변화를 보고, 올 인사에서 컨설턴트 출신들을 전진배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결과는 성공이다. 이마트는 강 대표가 전면에 나선 지 1년 만에 흑자 전환은 물론, 연초 목표했던 '창사 이래 최초 매출액 20조원 돌파'도 목전에 뒀다. 트레이더스와 이커머스 SSG닷컴 등 집중 육성한 신사업이 성장세를 견인하면서다.
정 부회장은 올해 SSG닷컴까지 강 대표에게 믿고 맡겼고, 강 대표가 이번엔 베인앤컴퍼니 후배인 최영준 티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SSG닷컴 최고전략책임자(CSO·상무)로 직접 영입했다. 최 상무는 티몬을 이커머스 업계 최초 흑자전환으로 이끌며 내년 IPO(기업공개) 기반을 다진 브레인으로 꼽힌다. 강 대표는 최 상무를 든든한 조력자로 삼고,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를 병행하며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에 힘쓸 전망이다.
GS리테일과 합병을 앞둔 GS홈쇼핑도 이번 인사 때 컨설턴트 출신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섰다. GS홈쇼핑 경영전략본부장(전무)에 이름을 올린 박솔잎 전무는 2000년대 초반 베인앤컴퍼니에 몸 담았으며 이베이코리아, 삼성물산 온라인사업본부장(상무) 등을 맡은 신사업 발굴 분야 전문가다.
이외에도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이사 사장도 BCG 출신이다. 금융분과 및 가치경영 담당 프로젝트 리더로 일했으며, 컨설팅회사 V&S 재직 당시 제주항공 설립 자문을 하다가 애경그룹 오너일가인 채동석·안용찬 부회장의 권유를 받고 애경산업에 입사했다.
이처럼 오너가의 컨설턴트 모시기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컨설턴트 출신들의 한계 역시 분명하기 때문에 향후 실질적인 역할을 그룹 내에서 해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트렌드 관련 이론과 전략에는 밝지만 현장경영과는 다소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입맛에 맞는 트렌디하고 참신한 경영 전략을 펼칠 수는 있지만 현장 경험 부족으로 조직에 혼란만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요즘 오너들은 현장에 투입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컨설턴트들을 선호하는 추세"라면서 "현재 투입된 대부분의 컨설턴트 출신들은 성과를 검증받은 인물들이라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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